백담사 가는 길
백담사는 전두환이 퇴임 후 유폐되었던 곳이다. 그때 나이가 육십이 채 안되었지 아마? 은퇴한 강호 고수마냥 득도를 했을 위인은 아닌 것 같고, 정치에서는 아직 젊은 나이인데 꽤나 답답했을 것이다.
육군 훈련소에서 보니 어떤 국방부 장관이 전두환에게 '나랏님 내게 칼 주셨으니...'라는 글을 써 갈겨 놨더라. 뭐 이 사람이야 나랏님이라고 봐도 무방한 인물이었지. 이 사람은 한국사의 마지막 帝王이다.
헌법은 참으로 정치(精緻)한 학문이며 가슴을 뛰게하는 효웅들의 이야기보다 수십배 강력한 아이템이다. 이런 시스템이 얼추 자리를 잡은 이상 이 나라에 차후 다시 제왕이 등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두환에 대한 관심은 그런 '지루한 현실'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전두환 대령 시절. 저 앞에는 모조리 장성들이다.
이때 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또 지금은?
금슬 좋아보이는 부인 앞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나를 안 좋아하는 것 같아."라며 너털웃음을 지은 인간. 아마 이 사람은 자기가 살아온 세월에 일말의 후회도 없을 것이다.
공동체적 가치를 혐오하고 강자에게 동경을 느끼는 부류의 인간이라, 솔직히 그가 꽤 매력적으로 비친 적이 있었던 적도 사실이다. 난 이렇게 약해 빠졌으니까. 게임 「원숭이 섬의 저주」를 보면 겁쟁이 꼬마가 해적한테 돈을 주고 악당짓을 배우는데 딱 그 수준일지도.
여하간 그는 지금도 잘 살고 있다.
- 2011년 2월 11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