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구락부] 설악산 종주 (7)

admljy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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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열다섯시간 동안 저는 지옥에 있었습니다. 지금도 어떻게 그곳을 빠져나왔는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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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능선의 풍경들

공룡 능선에서 보이는 동해 바다가 멋지다던데, 뭐 안개가 끼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고... 나 때문에 자꾸 속도가 늦춰져 미안했던 기억 밖에는 없다.

어떤 아저씨가 자신은 일전에 이곳을 지나다 벼랑에서 떨어져 사지가 부러졌다만 그래도 목숨은 건졌노라고 허허 웃으며 조심하라는 말을 해주었는데 기가 질려버렸다. 나와는 다른 , 말 그대로 이종의 인간. 아마 이런 게 진짜 수컷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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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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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젊은 친구, 원래 다 그런 거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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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 미친 놈아 빨리 안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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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발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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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시는 등산 오나 봐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산을 보며 마음을 정화시켰습죠."

이렇게 쓰면 새빨간 거짓말이다. 나는 그때 내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를 갔는지는 오직 사진을 통해서만 유추해볼 수 있을 뿐이다. 잠깐이나마 산 절경에 눈을 돌린 것은 이제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이 더 많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한번 뿐이다. 그것도 한 5초 남짓 되었을까?

산을 내려가는 도중 내 입에서 어떤 단어가 나직히 흘러나왔다.
"자포로제의 코작..."
나는 무의식적으로 뱉은 말에 화들짝 놀랐다.

어린 시절 읽은 「대장 불리바」. 불리바의 둘째 아들은 적국의 여인과 사랑에 빠져 조국을 배신한다. 불리바는 배신한 아들을 찾아 낸 뒤 멱살을 붙잡고 추궁한다. 너에게는 조국도 부모도 형제도 없냐고, 어떻게 네가 이런 짓을 할 수 있냐고. 하지만 아들은 묵묵부답. 아버지의 손에 죽임을 당하는 그 순간에야 비로소 그의 입에서 한 마디 말이 흘러나온다. 그것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가장 아름다웠던 어떤 여인의 이름이었다. 그의 삶은 그것으로 끝이난다.

낭만적이다만 한편으로는 퍽이나 한심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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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이 한심한 중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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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끼었다 개었다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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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남자들

  • 2011년 2월 10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