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연약한 손이 아니라, 당신 부하들의 손이겠지요, 공주님."
하겐은 조소를 띈 채 크림힐트에게 말했다. 크림힐트는 하겐을 굴복시키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하겐을 고문하던 것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 한참 뒤에 돌아왔다. 돌아온 그녀의 손에는 친오빠 군터 왕의 목이 들려 있었다. 사람들은 경악했다.
군터 왕의 목을 본 하겐은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실성한 사람마냥 웃기 시작했다.
(중략)
"크림힐트. 당신은 내가 지크프리트를 죽였다고 나를 미워하지만, 실은 지크프리트를 죽인 것은 바로 당신의 오만이었소. 모든 사람이 자신을 떠 받을어주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는 그 오만말이오. 그래서 당신은 브륀힐트 여왕을 모독했고 군터 왕의 왕권을 위협했소. 그리고 이제는 사라진 유산의 위치까지 묻고 있구려. 만약 당신이 그것을 가지고 싶었다면 군터 왕을 죽여서는 안 되는 거였소. 왜냐하면 군터 왕 역시 유산이 숨겨진 장소를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군터 왕이 죽었으니 그곳을 알고 있는 사람은 하느님과 나 뿐이지. 난 유산의 위치를 말할 생각이 없고 하느님은 당신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실테니 그 보물은 앞으로 영영 누구의 손에도 들어가지 않을거요. 게다가 실은 난 이제 잘 기억도 나지 않는구려."
크림힐트를 대하는 하겐의 얼굴에는 어느새 승리감마저 엿보였다. 그것을 본 크림힐트는 더 이상 하겐을 추궁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를 죽이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