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만 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를 주관적으로 발췌한 내용입니다
그 혼담은 크림힐트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졌다. 아틸라 왕은 흩어진 훈족 무리를 규합해 유럽을 공포에 떨게 만든 수완 좋은 인물로 콧대 높은 로마인들도 그의 능력만은 인정하고 있었으나 그와 별도로 그는 여전히 야만인 취급을 받았다. 아틸라 왕을 접견한 유럽인들은 그의 작달막한 키와 찢어진 눈 그리고 가늘고 희끗희끗한 수염을 비웃었다. 그럼에도 그의 일족들은 그녀에게 혼담을 받아들일 것을 종용했다. 부르군트 왕가는 강성한 훈족 무리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크림힐트는 아틸라 왕의 사절들이 도착하자 방문을 걸어 잠그고 통곡을 했다. 크림힐트가 억울하게 죽은 전 남편 지크프리트를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은 널리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따라서 아틸라 왕의 청혼은 거절될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크림힐트는 며칠 뒤 혼담을 받아들였다.
누군가는 그녀가 전 남편이 비참하게 살해당한 부르군트 땅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청혼을 받아들였다고 말했고, 또 누군가는 그녀가 아틸라 왕의 보물이 탐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크림힐트가 혼인을 결심한 이유는 다른 데에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시종들은 물론이고 오빠인 기젤헤어나 군터 왕을 포함하여 살아 있는 자들 중 그 누구도 알 수 없던 것이다.
고귀한 왕가의 고명딸이자, 부르군트 왕국 제일의 미녀라 불린 크림힐트는 야만스러운 훈족의 왕과 재혼을 하게 되었다. 이로써 브륀힐트가 죽기 전 말한 예언 중 하나가 이루어지고 말았다. 그것은 그녀가 권력자를 재혼 상대로 택한다는 것이었다. 아틸라 왕은 유럽의 어느 왕보다도 강한 군대를 가지고 있었다.
브륀힐트의 두번째 예언은 크림힐트가 재혼한 남자의 힘을 이용하여 전 남편의 죽음과 관계 있는 모든 자들에게 복수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크림힐트가 유럽인들이 세상 끝처럼 여기던 얼어붙은 땅에서 이방인 왕비로서 7년 간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자 사람들은 이내 그 예언을 잊고 말았다. 아틸라 왕은 새로 맞이한 왕비를 대단히 사랑했고 훈족의 전사들은 왕비에게 충성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