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이 놈은 옛날부터 여자한테 인기가 많았다. 이 놈은 내 싸대기를 때린 건 고사하고 내 존재 자체도 까먹었겠지만 나는 너를 꽤 멀리서 관찰하고 있었거든. 어느 날 독서실에서 무거운 가방을 매고 귀가하는 내 앞에 늘씬한 여자의 손을 잡고 아디다스 저지를 입은 네가 지나갔다.
지금은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졸라 부러웠다고. 하지만 그 때는 그럴 수 없었다. 열심히 공부만 하면 내가 더 예쁜 여자를 만날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그런 삶이 부러웠다면 지나가는 여자에게 하루 백 명 씩 말을 걸었어야지. 그게 아마 정공법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