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힐트는 칼을 뽑아 그것을 한참동안 응시했다.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그가 차고 있던 것이다. 크림힐트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곧 눈물을 거두고 무서운 증오에 불타는 눈빛으로 하겐을 바라보았다.
"하겐, 그대는 내게 빚이 있다. 그대의 범행으로 나는 고통스런 세월을 살아야 했다. 내게 남은 것은 이 지크프리트 왕의 검 뿐이다."
크림힐트는 지크프리트의 칼을 높이 쳐든 뒤 말했다.
"지크프리트, 사랑하는 지크프리트. 당신 아내로서 진작에 해야했던 일인데...... 지금에야....... 겨우 지금에야....... 보고 있죠?"
그녀는 하겐의 입 속에 칼을 깊숙히 찔러넣었다. 하겐은 신음 소리도 내지 못하고 맥 없이 죽었다. 잔혹한 전사였던 하겐은 마침내 세상을 영영 떠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