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토탈워 정식 발매를 기다리며 - 국가를 승리로 이끄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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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유저들이 상상하던 것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모드로만 존재하던 삼국지 토탈워가 정식으로 발매됩니다.

요즘은 나이가 먹은 탓인지 게임에 손이 잘 가지 않지만, 가을 쯤에는 이 게임의 발매에 맞추어 새로운 컴퓨터를 하나 장만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게임은 플레이해 볼 가치가 있거든요.

지금까지 삼국지하면 당연히 코에이였는데, 훌륭한 경쟁자가 등장했습니다. 마치 여객기 산업에서 에어버스가 등장한 뒤로 보잉이 더 훌륭한 기종을 생산하게 된 것처럼, 코에이 사의 삼국지도 좀 더 괜찮아지길 기대해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는 품번 별로 치명적인 재미 요소가 하나 씩 있지만 그 장점만을 취합해 만든 대작이 없었으니까요. 일단 저는 삼국지 토탈워의 등장이 참 반갑습니다.

국가를 승리로 이끄는 것은 무엇인가?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의 목적은 자신의 세력을 승리로 이끄는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을 가지고 승리할 것인가에 답은 게임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여러 시리즈가 있지만 일단 코에이 삼국지와 토탈워, 그리고 문명 시리즈 세 가지를 놓고 한 번 비교해보겠습니다.

삼국지 시리즈는 첫째도 인재, 둘째도 인재라고 답합니다.

토탈워 시리즈는 일거에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는 전술과 전략이라고 답하겠죠.

하지만 문명 시리즈는 "국력"이라는 차가운 답을 말합니다.

게임에서도, 축소지향적이자 영웅주의 사관을 애호하는 일본인들의 국민성과, 거대한 국력으로 세계를 좌지우지한 미국인들의 역사 인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코에이의 삼국지가 장수 육성 같은 미시적인 부분에 집중했다면 문명 시리즈는 상당히 거시적입니다.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봐도, 삼국지는 핵심 장수를 찾아서 등용하고 이를 전장에 투입하는 과정이 가장 재미있고, 문명 시리즈는 항모 전단을 편성해서 반대쪽 대륙의 건방진 국가(?)에게까지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는 게 게임의 백미입니다.

삼국지의 답은 바로 인재다!

삼국지 시리즈에서 승리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훌륭한 인재를 모으는 것입니다. 초반부에는 성 몇 개나 병력 몇 만 명을 확보하는 것보다 유능한 인재를 수급하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수색을 하든 다른 세력의 인재를 빼오든 간에 말이죠. 내정은 일단 인재가 좀 확보되면 그때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인재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불을 질러놓고 바람 방향을 바꾸어서 대군을 농락할 수 있는 삼국지 4나, 환술과 도술로 전황을 일시에 바꿀 수 있는 삼국지 5, 각 장수들의 특기를 조합해 대마법사를 강림시키는 삼국지 11 등등...... 이런 극단적인 예시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전투든 내정이든 장수 능력에 따른 결과물이 심하게 차이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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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4의 제갈량입니다. 아주 악랄한 방화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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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11의 주유입니다. 실제로 이 정도 면적에 불이 붙으려면 소행성 정도는 맞아주어야 할 것 같군요......]

삼국지 시리즈는 AI가 시원치 않아서 가끔은 직접 플레이하는 것보다 컴퓨터들이 하는 걸 구경하는 게 더 재밌습니다. 지켜보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초반에 적지 않은 병력에 좋은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한복이나 공융이 큰 세력으로 성장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뒤에서 공격당할 우려도 없고 병력도 많은 공손찬이 하북의 패자가 될 가능성도 상당히 낮습니다. 인재풀이 약하니까요. 반면 평원이라는 조그마한 거점에 부하가 3명 밖에 없는 유비가 하북을 점거할 가능성은 무려 20%나 됩니다(보통은 원소와 공손찬이 다툴 때 빈집털이를 해서 원소 세력을 흡수하는 경우입니다).

가만히 놔두면 보통 90%의 확률로 조조가 천하통일을 합니다. 조조의 경우 맵의 중앙이라는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소위 다굴당하기 좋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인재풀이 좋아 가만 놔두면 중원은 항상 조조의 차지입니다. 보통 원소가 하북을 통일할 쯤 조조도 중원을 장악하는 데 둘의 싸움 결과는 보통 역사대로 조조의 승리로 끝납니다. A 급 장수만 비교할 때는 원소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지만 전반적인 인재풀 차이가 크니까요.

이 게임에서 인재의 역할이 어떤지 알 수 있죠. 그렇다면 토탈워 시리즈는 어떨까요?

한 번의 전투 승리가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는 토탈워

토탈워는 전쟁 게임답게 전술과 전략이 가장 중요합니다. 전술과 전략을 짜는 데에 중요한 것은 얼마나 강한 정예 부대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가 되겠죠. 국력이 대단하지 않아도 정예 부대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면 몇 번의 전투 승리로 상황을 바꿀 수 있습니다. 마치 이수스와 가우가멜라라는 두 번의 회전을 통해 대제국 페르시아를 쪼개버릴 수 있었던 알렉산더 대왕과 유사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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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만약 다리우스 3세가 좀 더 용기를 가지고 버텨줬으면 역사는 매우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 것입니다. 말 그대로 전투 한 번으로 완전히 결과가 뒤바뀐 사례죠.]

사실 모든 전력을 동원해 싸우면 결과는 어떻게 다를지 모르는데, 실제 역사가 그런 것처럼 적국은 중대한 패배에 대한 심리적인 타격을 받습니다. 강화를 요청하고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죠. 그래서 토탈워 시리즈는 전쟁에서 계속 이기기만 하면 나폴레옹이 그랬던 것처럼 불리한 모든 것을 극복하고 패권국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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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사방이 적이지만 대부분 국가들은 전쟁 천재 나폴레옹에게 대패하고 굴욕적인 평화 조약에 서명했습니다.]

국력 차이가 승패로 직결되는 문명

문명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과학 기술과 인구, 그리고 경제력 같은 거시적인 요소들입니다. 여기에 종교와 회사까지 추가되었죠. 물론 위대한 인물 등이 등장해 상황을 바꾸기도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문명에서 등장하는 위인들은 국력에 비례합니다. 국력이 시원치 않은 나라는 인재도 잘 등장하지 않죠. 마치 중원을 장악한 위나라에 끊임 없는 젊은 인재들이 수급된 것과 다르게, 항장들을 주력으로 기용해야할만큼 인재난에 시달린 촉나라의 차이를 보는 것과 비슷하죠.

전쟁이요? 물론 중요합니다. 특히 문명 5부터는 한 타일에 중복된 유닛이 자리잡지 못하게 되면서, 중요 거점만 잘 지키면 영화 300처럼 소수의 병력으로도 대군을 막을 수 있죠. 하지만 이것도 대포나 비행기가 등장하기 전까지만입니다. 전통적으로 문명 시리즈는, 전투에서 대승했다거나 엘리트 부대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저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게임이 아닙니다.

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아무리 AI와 교전비가 1:10 이상이 나와도 인구가 2배 이상 차이가 나면 나중에는 극복할 수가 없습니다. 초반에 절묘한 타이밍으로 진주만에 정박한 미 함선의 주력을 침몰시켰지만 점차 양과 질 모두에서 밀리면서 장렬히 유린당한 구 일본제국의 수뇌부가 어떤 기분이었는가를 느낄 수 있죠.

물론 문명 5 이후부터는 영토가 커지면 이에 대한 페널티를 두고, 예전 베네치아나 네덜란드처럼 작은 국가도 그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패권을 휘두를 수 있도록 표현하려고 애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문명에서는 사이즈가 큰 국가가 유리합니다. 결국 지금 패권을 쥐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나 러시아, 중국인 것처럼 말이죠.

현실에 가장 부합하는 게임은 무엇일까요?

저는 현실에 가장 부합하는 게임은 문명이라고 봅니다. 물론 삼국지 시리즈가 중요시하는 인재나, 토탈워 시리즈가 강조하는 전술과 전략 역시 국가를 승리로 이끄는 중요한 포인트인 것은 분명하지만요.

이순신 장군이라는 전쟁의 천재가 일본으로부터 조선을 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에도 막부 시대부터 누적된 일본의 경제력과 인구, 서구 문물을 더 빨리 접할 수 있던 지리적 이점, 성리학을 교조적으로 받아들인 조선에 비해 난학 등이 사회 전반에 자유롭게 통용되었다는 거시적인 이점으로 결국 구한 말기 조선이 식민지가 된 결과가 비롯된 것처럼 말이죠.

전쟁의 역할을 유독 강조하는 토탈워 역시 문명에 비해서는 현실을 표현하는 데에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에서의 반복적인 승리로 세계 패권을 잡는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몽골 제국인데, 그렇게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누군가는 오고타이 칸이 죽지 않아 몽골이 유럽을 휩쓸었으면 역사가 달라졌을 거라고 말을 하지만, 실제 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바투가 유럽을 석권할 수 있었을지 불분명할 뿐더러 실제 석권을 했다고 해도 그 영향력이 그렇게까지 지대했을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실제로 바이킹들은 프랑스의 파리를 3번이나 약탈했고 한때 서유럽의 세력 균형에 균열을 가했지만 결국 유럽사의 방향을 크게 바꾸어 놓지는 못했습니다.

몽골이 유럽을 정복했다면 현재 아랍 지역처럼 그 영향은 분명 받았으나 의외로 그 영향이 크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 중앙아시아처럼 그 여파로 아직도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을 수도 있겠죠. 개인적으로는, 지리적으로 신대륙과 가까웠고 이에 따라 막대한 자원을 수탈해 결국 동아시아를 압도할 수 있었던 유럽의 강점은 몽골이 유럽을 한 번 점령했다고 해서 크게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묘사하는 것과 게임에서 어떤 재미를 찾는가는 분명 다르니까요. 그래서 무엇이 현실과 가장 비슷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시리즈가 제일 재밌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여기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삼국지 토탈워는 부디 "인재"도 강조한 게임이 되었으면 합니다.

국력에 의해 승패가 갈리는 냉엄한 현실은 이미 문명 시리즈가 충분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저는 삼국지 토탈워에 이 부분은 기대하지 않습니다. 게임이지 않습니까? 재미가 있는게 제일 중요하죠.

토탈워 시리즈에 코에이 삼국지 사가 지금껏 보여준 "인재 활용의 재미"를 너무 과하지 않은 선에서 보았으면 하는군요. 즉 종전 토탈워 시리즈의 특색을 잘 살리되 코에이 사 게임의 장점 역시 어느 정도는 배합된 명작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전략가로서 전장을 즐기되, 전장 한 구석에서는 제가 잘 육성한 장군이 일당백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물론 일기토 같은 것도 등장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예 진삼국무쌍 시리즈의 재미까지도 볼 수 있길 바란다면 좀 지나친 욕심일까요?

훌륭한 작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일본의 "장인정신"보다, "덕중지덕은 양덕이다."이라는 격언(?)을 더 믿고 싶군요. 기다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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