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법률 상담 내역을 올리다가 사담을 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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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지인의 지인이 법률 상담을 해왔네요. 덕분에 오늘도 글은 쓰지 못했습니다.

상담 해주기 전에는 상담한 내용을 올리면 하루 때울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 쓰고 보니 '이걸 누가 읽어.'라는 생각 밖에 안 드네요..... 법문이라는 것은 원래 재미가 없죠, 무슨 예전 가상화폐 관련 법률이나 성범죄 관련 내용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지인한테 법률 상담을 요청 받으면 짜증이 솟구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화한 친구는 처음일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런 전화 일주일에 두 세번, 그것도 퇴근하고 녹초가 되서 막 씻고 쉬고 있을 때 보통 받거든요. 게다가 질문하면 다 아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저만 그런게 아니라 원래 변호사도 바로 답할 수 없는 문제도 많아요. 그럼 이걸 별도로 찾아봐야하는데, 새내기 때 뛰어본 노가다 몇 시간보다 훨씬 힘들 뿐더러 단가도 더 비쌉니다. 근데 지인이라는 이유로 공짜로 해주어야 한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참 많죠. 저 역시도 돈을 받기도 어렵고요. 그렇다고 틀린 답을 줄 수도 없으니, 저는 아무 대가 없이 남 대신 고민을 껴안게 되는 셈이 되는 겁니다. 당장 나 대신 공사판에서 네 시간 동안 벽돌 좀 날라달라고 하면 날라주지도 않을 녀석들이 왜 이건 이렇게 쉽게 생각하는지.

아예 개업 변호사면 건수 생겼다고 좋아할지도 모를텐데 회사에서 월급 받는 변호사라 딱히 수임을 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고, 오히려 사내변호사라 상담료 청구를 안 할 거라고 생각해서 더 편하게 물어보는 사람이 많네요.

무슨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스트레스만 잔뜩인, 이 직업을 나는 왜 택하게 되었을까요....... 법정 드라마를 많이 봐서였을까요? 사법고시 출신도 아니고, 상대적으로 합격하기 어려운 요즘 변호사 시험(단순히 합격률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사시가 없어지고 예전이라면 소년 등과를 했을 젊은 준재들이 이제 로스쿨에 몰립니다)을 붙은 것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가장 변호사가 쉽게 된 로스쿨 초기 기수로서 참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습니다만, 가끔은 왜라는 질문을 하게 되네요.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이고, 누군가는 평생을 노력해도 되지 못하는 그 직업을 정작 재능도 없는 사람이 운으로 따내고 지금은 도리어 후회하고 있다는 게 참 인생의 역설입니다.

좀 더 겸손해지고,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져보며 가끔 기회될 때마다 예전 법학 공부를 하며 썼던 소회들을 올려볼까 합니다. 갑자기 옛날에 휘갈겼던 글을 올리더라도, 그럭저럭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사담은 끝내고 아래는 법률 상담 내용입니다. 혹시 임대차 계약에서 신규 임차인이 개인 회생 신청해서 문제 생기신 구 임차인 분은 읽어주시길.......(참 판례도 얼마 없던데 여기 그런 사람이 이 시점에 있을리가......)

1. 사실관계

  • 질문자님이 말씀해주신 사실 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질문자님(이하 “구 임차인”이라고 칭하겠습니다)은 종전 학원 운영을 목적으로 임대인과 상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신규 임차인에게 권리금과 보증금을 양도 받는 대가로 임차한 학원을 신규 임차인에게 넘겨주었습니다.

  • 그러니 신규 임차인은 권리금 2,000만원만을 실제 지급하였을 뿐, 보증금 3,500만원은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 당초 구 임차인은 신규 임차인이 보증금 3,500만원을 변제하지 않을 것을 우려하여 이에 대한 공증을 받았으며, 또한 별도로 지급명령을 신청한 상황입니다.

  • 그러나 신규 임차인은 개인 회생을 신청하여 현재 회생 절차 중에 있으며, 따라서 구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 재산을 강제 집행하거나 또는 개별 변제 받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 이에 따라 구 임차인은 3,500만원을 돌려받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이에 대한 상담을 요청하셨습니다.

2. 쟁점

  • 이 사건에 대한 쟁점은 크게 ① 임대인과 임차인 중 누구에게 3,500만원을 돌려받아야 하는지, ② 임대인에 대한 구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이 이미 소멸되었는지, 그리고 ③ 임차인 지위가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권과 함께 양수 되었는지 입니다.

3. 3,500만원을 청구해야 하는 대상

  • 전술한 것처럼 신규 임차인은 이미 개인 회생을 신청한 상황입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 593조 제 1항에 따라 종전 공증된 계약서 및 지급 명령으로 신규 임차인 재산에 강제 집행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임차인에게 개별적으로 변제 받는 것 역시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 본 사건은 법리적으로 뿐 아니라(구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차 보증금 반환 채권이 이행되었는지 불분명함), 현실적으로도(임대인은 3,500만원을 지급할 자력이 충분함),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을 상대로 3,500만원을 청구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대응 전략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4. 임대차보증금 채권 반환의 법리

  • 임대차보증금이란 부동산 특히 건물임대차에 있어서 임차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교부하는 금전으로서, 임대차의 종료 후에는 미지급 임대료나 기타 비용을 제한 금액은 임차인에게 반환되어야 합니다.

  • 따라서 ① 구 임차인과 임대인 간 임대차 계약의 체결이 있었고, ② 구 임차인이 임대차 보증금을 지급한 사실이 있으며, ③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었다면, 임대인은 구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해야 합니다. 본 사건은 여기 모두 충족되므로 임대인은 구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해야 합니다.

  • 그러나 이 경우 임대인은 임대차보증금이 이미 구 임차인에게 반환되었다고 주장하고 특히 임차인으로서의 지위가 구 임차인에서 신규 임차인으로 인수되었음을 들어 종전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을 주장할 것입니다. 아래 두 단락을 자세히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5. 임대차보증금 채권은 이미 반환 되었는가

  • 임대인이 직접적으로 구 임차인에게 금원 3,500만원을 돌려준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채무의 변제라는 것은, 꼭 물리적인 돈을 주어야만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 테면 빚쟁이1이라는 사람이 채권자A에게 1,000만원을 갚아야 할 경우, (A가 동의한다는 전제 하에) 빚쟁이 1은 채권자A에게 직접 1,000만원을 주는 것이 아니라, 빚쟁이1에게 빚을 지고 있던 빚쟁이 2에게 1,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A에게 넘겨주는 것으로도 변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 본 사건에 이를 대입하면, 구 임차인은 원래 임대인에게 3,500만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임대인은 자신이 신규 임차인에게 3,5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구 임차인에게 넘겨주는 방식으로 이미 구 임차인에 대한 의무 이행을 끝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서면으로 작성된 계약서와 같이 3자가 이에 대해 합의했다고 볼 명시적 증거는 말씀해주신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할 때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단순히 구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양자 간 대여금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구 임차인의 임대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 청구권이 대체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이 본 계약은 해석 상 임차인 지위가 구 임차인에서 신규 임차인에게 승계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기에, 법적 분쟁 발생 시 임대인 주장이 인용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6. 임차인 지위가 승계 되었는가

  •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계약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 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합니다(대법원 1996. 7. 30. 선고 95 다29130 판결 ,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7다 6024 판결 등). 또한 계약의 해석에 있어서는 형식적인 문구에만 얽매여서는 안 되고 쌍방당사자의 진정한 의사가 무엇인가를 탐구하여야 합니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 다 2629 판결 ).

  • 임차권 양도에 수반하여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이 함께 양도되는 경우에는, 임차권 양도는 임대차계약상의 당사자 지위의 승계를 내용으로 하는 계약인수의 일종인바, 이는 계약당사자 및 인수인의 3면 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나 관계 당사자 중 2인이 합의하고 나머지 당사자가 이를 동의 내지 승낙하는 방법으로도 가능합니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다45221, 45238 판결 등 참조), 이 경우 임대인과, 구 임차인 그리고 신규 임차인 간의 관계에 있어서는, 일반적으로 지명 채권 양도에서 요구되는 통지 및 승낙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 임대인과, 구 임차인 그리고 신규 임차인 간 명시적으로 제 3자간 임대차 계약의 임차인 지위를 양수한다는 합의를 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① 종전 구 임차인이 체결한 임대차 계약의 종료 시점은 2019.09.19.이나 조기에 임차인이 퇴거하였다는 점 ② 임대인에게 임대차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 ③ 신규 임차인에게 보증금 상당의 금원을 대여해주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임차인 지위가 승계되었다고 해석될 소지도 충분히 있습니다.

  • 이 경우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은 임대인의 승낙 하에 신규 임차인에게 양도되고 신규 임차인이 구 임차인으로부터 양수 받은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과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에 대해 가지는 임대차보증금채권을 서로 상계한 것이 되어 실질적으로 구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청구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7. 결론

  • 신규 임차인이 아니라 임대인을 대상으로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여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명백해 보입니다.

  • 단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명시적으로 제 3자 간 합의한 내용은 없으나, 또한 합의를 배제하는 어떠한 문건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제 3자 간에 있어, 구 임차인의 임대차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신규 임차인에 대한 채권 확보로 갈음하거나 또는 신규 임차인이 임차인 지위를 인수했다는 것은 명시적 합의 없이도 규범적 해석 상 의사와 관행 등을 고려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추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될 수 있습니다.

  • 이에 따라 제 3자 간 실제 어떠한 사유로 이와 같은 거래 구조로 진행이 되었는지 및 구 임차인이 임대차 보증금 반환 청구권을 임대인에게 행사하는 것을 사전에 포기하였는지 등은 구체적인 증거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지금부터 보내시는 내용 증명 등은 이와 관련하여 그 의도와는 다르게 추후 법원에서 오히려 불리하게 해석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가까운 거리에 계신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 제가 도와드리고 싶으나 현재 사내변호사로서 회사에 소속되어 있고 또한 본 건은 제가 자주 다루는 사건이 아니라 더 이상의 조언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제가 작성한 내용을 바탕으로 선임하실 변호사님과 상담하시면 보다 저렴하고 빠른 결론을 도출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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