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3.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 中

admljy19(62)
Published in
#kr
Words
1501
Reading
7 min
Listen
Play
9y

셜록 홈즈 시리즈의 마지막 파트입니다. 제가 읽은 글 중 우정을 가장 아름답게 묘사한 부분이라 생각하여 발췌하여 포스팅합니다.

300px-Granada_sh_generique2.jpg

"한잔 더 어때, 왓슨?"

임페리얼 토케이의 병을 내밀면서 셜록 홈즈가 말했다. 테이블 옆에 앉아 있던 몸집 좋은 운전기사가 그의 잔을 내밀었다.

"좋은 와인이군, 홈즈."

"최고급 와인이지, 왓슨. 소파에서 휴식 중인 이 친구 말에 의하면 쉔브룬 궁에 있는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특별 저장실에서 가져온 포도주라는군. 창고 문 좀 열어 주겠나? 클로로포름 냄새 때문에 포도주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없어서 말이야."

홈즈는 열려 있는 금고에서 서류를 차례로 꺼내 살펴보고는 폰 보르크의 슈트케이스에 그것을 차곡차곡 넣었다. 독일인은 두 팔과 다리가 묶인 채 소파 위에서 크게 코를 골고 있었다.

"왓슨, 서둘 필요는 없네. 방해는 없을테니. 벨을 누르게. 집안에 있는 사람은 마사 부인 한 명 뿐인데 마사는 큰 역할을 맡아 주었지! 나는 이 사건에 착수하자마자 마사에게 일을 맡겼거든. 아, 마사, 기뻐하십시오, 모든 일이 잘 끝났습니다."

푸근한 인상의 노부인이 문 앞에 나타났다. 노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홈즈에게 인사했는데 소파에 쓰러진 폰 보르크를 불안한 듯이 보았다.

"괜찮아요, 마사. 다친 데는 없으니까요."

"다행이에요, 홈즈 씨. 이분은 나름대로 괜찮은 고용주였는데...... 어제 저보고 이제 그만 떠나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홈즈 씨 계획 때문에 그럴 수 없었지요."

"아, 그랬군요. 부인이 여기에 남아 있어서 제가 안심할 수 있었던 겁니다. 오늘 밤도 부인의 신호를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

"서기관이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거든요."

"알아요. 여기 올 때, 우리 차를 지나쳤으니까요. 왓슨, 자네의 멋진 운전 솜씨가 없었다면 유럽은 프러시아의 힘 아래에 놓일 운명이 되었을 거야."

"저는 서기관이 안 가는 줄 알았어요. 서기관이 계속 있었다면 계획대로 되진 않았겠지요?"

"그럼요, 아주 큰 낭패였겠죠. 30분이나 기다린 후에야 당신 방의 램프가 꺼지길래, 방해자가 떠났다는 걸 알았습니다. 내일 런던의 클래릿지 호텔에서 저에게 연락하세요."

"알았습니다."

"떠날 준비는 다 끝났지요?"

"예, 폰 보르크 씨는 오늘 일곱 통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주소는 평소처럼 다 적어 놓았어요."

"잘했군요, 마사. 내일 자세히 조사하죠. 그럼 안녕히 주무시길."

노부인이 방을 나가자 홈즈가 말을 이었다.

"이 서류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야. 왜냐하면 여기 있는 정보는 오래 전 이미 독일 정부에 보고된 것이거든. 이것들은 모두 원본으로 간단하게 국외로 가져 나갈 수 없는 것들이지."

"그렇다면 지금은 아무 소용없는 쓰레기인가?"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 왓슨. 적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적어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지. 이 서류의 대부분은 내가 건네준 것들인데, 전혀 신용할 수 없는 정보들이라는 건 말할 필요도 없겠지? 내가 건네준 기뢰 부설도에 따라 독일 순양함이 솔렌트 해협을 항해하는 것을 보는 것은 내 만년에 빛을 주는 것이지. 하지만 왓슨-."

홈즈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친구의 어깨를 잡았다.

"아직 밝은 곳에서 자네의 얼굴을 보지 못했어. 못본지 꽤 되었으니 많이 변했겠지. 아니, 이거 옛날 그대로잖아?"

"난 한 20년은 젊어진 느낌이야, 홈즈. 하위치까지 차를 가지고 오라는 자네 전보를 받았을 때처럼 기쁜 순간은 없었네. 홈즈, 자네도 거의 변한 게 없는데 뭘 그러나? 그 우스꽝스러운 염소 수염만 빼면 말일세."

"조국에 바치는 희생이지."

홈즈는 드문드문 나 있는 수염을 매만지며 대답했다.

"내일이면 이 수염도 그저 나쁜 꿈으로 기얼될꺼야. 내일은 이발을 하고 단장을 좀 한 후, 클래릿지 호텔로 가야하거든. 미국인으로 변하기 전 내 모습으로 돌아가 있을 걸세."

"자네 은퇴하지 않았었나? 소문을 듣자니 사우스 다운즈의 작은 농장에서 벌과 책에 쌓여 은둔생활을 한다던데?"

"그대로야 왓슨. 자 이 책을 봐. 이거야말로 내 은둔 생활의 성과, 필생의 대작이지!"

홈즈는 테이블 위의 책을 들어 그 제목을 소리 내어 읽었다.

"「양봉 실용 핸드북 및 여왕벌의 분봉에 대한 관찰」 나 혼자서 쓴 책이야. 밤에는 사색하고 낮에는 바쁘게 일한 성과를 보게. 옛날 런던의 범죄 세계를 관찰했듯이 나는 부지런하게 일하는 이 작은 벌들을 관찰했지."

"그런데 어쩌다 다시 옛날 일로 돌아오게 되었나?"

"아, 그것에 대해선 나 자신도 놀라고 있어. 외교부 장관 한명이 왔다면 그냥 거절했을 테지만, 수상까지 내 누추한 집에 직접 찾아오셨지 뭔가. 사실은 말야, 왓슨, 그 소파에 쓰러져 있는 신사가 우리보다 한 수위의 인물이야. 아주 뛰어난 놈이었지. 당시 영국의 비밀 정보가 자꾸 외부로 유출되고 있었는데 왜 그런지 아무도 감을 못 잡고 있었거든. 스파이 용의자들을 물색해 그 중 몇 명을 잡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어딘가 강력한 비밀 요원이 있다는 흔적이 있었지. 그것을 찾아내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어. 이 사건을 조사하라는 강한 압박이 내려왔고, 2년이라는 시간을 여기 소비했지. 흥미진진한 일도 많았네. 우선 나는 미국 버팔로의 아일랜드 비밀 조직에 가입하고, 스키바린에서 경찰을 괴롭히다가 폰 보르크 부하의 눈에 띄었어. 그가 나를 폰 보르크에게 적당한 인물이라고 추천해준거지. 얼마나 복잡한 임무였을지 짐작이 가나? 그렇게 해서 나는 폰 보르크의 신임을 얻었지만, 실은 그의 여러 계획을 무산시켰고, 그의 밑에서 일하던 스파이를 다섯 놈이나 감옥에 집어 넣었지. 일단 잘 지켜보다가, 임무가 절정에 달하면 덮친거야. 아, 선생 기분이 어떠신가요?"

마지막 말은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숨을 헐떡이며 홈즈의 말을 듣던 폰 보르크에게 한 말이었다. 그는 분노로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독일어로 욕설을 퍼부었다. 홈즈는 폰 보르크가 욕설을 퍼부어 대는 동안 변함 없이 서류를 훑어보았다.

"음악적인 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표현력에서는 최고야. 독일어는..."

폰 보르크가 지쳐서 입을 다물자 홈즈가 말했다.

"호오!"

복사 그림 한 장을 상자에 넣으면서 도면 구석을 보고 홈즈가 입을 열었다.

"이것으로 또 한 명 잡아야겠군. 오래 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었지만, 그 회계 과장이 이렇게 나쁜 악당인줄을 몰랐네. 폰 보르크, 그때 설명 좀 해주셔야겠군요."

폰 보르크는 안간힘을 쓰고 간신히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리고 놀라움과 증오심이 뒤섞인 눈으로 자신을 체포한 상대를 노려보았다.

"이 보답은 꼭 하겠다, 앨터몬트." 한마디 한마디 씹듯이 말했다.

"죽어도 이 원수는 갚고 말겠어!"

"아주 오랜만에 듣는 소리군." 홈즈가 말했다.

"옛날부터 귀에 익은 말이거든. 죽은 모리어티 교수도 내게 저런 말을 했고, 세바스찬 모런 대령도 입버릇처럼 말했지. 그런데 나는 끝까지 살아 남아 사우스 다운즈의 한적한 농장에서 벌을 기르며 살고 있지 뭔가."

"죽일 놈! 너는 이중 스파이야!"

독일인은 묶인 몸을 억지로 움직이며 살기 가득한 눈으로 홈즈를 노려보았다.

"아니, 이중 스파이라니, 그런 추잡한 일은 하지 않았소." 미소를 지으며 홈즈가 말했다.

"지금 내가 말했듯, 버팔로의 앨터몬트란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거든. 내가 그 이름을 이용했을 뿐, 그런 사람은 여기 없소."

"그럼 넌 누구야?"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지. 하지만 폰 보르크, 흥미를 가진 것 같으니 가르쳐 주지. 내가 당신 가문 사람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난 과거 독일에서도 상당한 활동을 했으니깐. 아마 내 이름을 익히 들어 알고 있을거요."

"그럼 어디 한 번 말해보지 그래."

"당신 조카 하인리히가 독일 칙사로 활동할 때, 고인이 된 보헤미아 왕과 아일린 애들러 사이를 갈라놓은 사람이 바로 나였소. 당신 외삼촌이었던 폰 운트 추 그라펜슈타인 백작의 목숨을 허무주의자 클로프만에게서 구한 것도 나였지. 그리고-"

폰 보르크는 놀라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런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어." 그는 쥐어짜듯 큰 소리로 말했다.

"그대로요." 홈즈가 말했다.

폰 보르크는 신음 소리를 내며 소파에 쓰러졌다.

"대부분의 정보가 당신에게서 나왔단 말인가!" 그는 외쳤다.

"그런 것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이야? 나는 뭘 한거야? 나는 이제 영원한 파멸이다!"

"믿을 수 없는 정보들이었지." 홈즈가 말했다.

"조금 체크해 볼 필요가 있었지만, 당신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었지. 아마 독일 함대 사령관은 영국의 신형 대포가 상당히 크고, 영국의 순양 함대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거요."

폰 보르크는 절망한 나머지 목을 감싸 안았다.

"그 밖에 사소한 것들이 정말 많지만, 머지 않아 다 알게 되겠지. 폰 보르크, 당신은 독일인으로서 정말 드문 특징이 하나 있소. 훌륭한 스포츠맨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앞질러 왔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뒤처져도 그닥 큰 원한을 갖지는 않겠지. 당신은 당신의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나는 내 조국을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니 말이오. 이 이상 당연한 일은 없을 것이고, 그리고-"

누워 있는 상대의 어깨에 손을 얹고 홈즈는 친절하게 말했다.

"더 파렴칙한 적의 손에 빠져 파멸하는 것보다는 잘된 일이지. 자, 왓슨, 서류는 다 정리 되었네. 죄수 호송에 힘을 빌려주면 지금이라도 런던으로 출발할 수 있겠군."

폰 보르크는 힘이 셌고, 자포자기한 상태로 움직이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그를 이동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힘이 들었다. 결국 두 친구는 그의 팔을 하나씩 잡고 정원의 산책로를 천천히 걸어나갔다. 폰 보르크는 두세 시간 전에 유명한 외교관의 축복을 들으며 이 산책길을 의기양양하게 걸었다. 마지막으로 짧은 몸부림을 친 그는 손발이 묶인 상태로 차 뒷좌석에 앉혀졌다. 그의 귀중한 슈트케이스는 그의 바로 옆에 있었다.

"가능한한 불편하지 않게 모시지요." 마지막 준비를 끝낸 홈즈가 말했다.

"시가에 불을 붙여 입에 물려 드리면 실례일까요?"

분개한 독일인에게는 어떤 친절도 소용이 없었다.

"셜록 홈즈." 폰 보르크가 말했다.

"이 일에 대해 자네 나라 정부가 자네를 지지하고 있다면, 이것은 전쟁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그럼 당신 나라 정부는 이 스파이 활동을 뭐라고 할껀가?"

"당신은 개인이 아닌가? 첫째, 나를 체포할 영장도 없어. 이 행동 전부가 완전한 불법이야!"

"그렇지." 홈즈가 말했다.

"독일제국 신민 유괴야!"

"거기다 개인 문서를 훔쳤지."

"호오, 그럼 자신의 입장을 알고 있단 말이군. 네 놈들이 마을을 지날 때 내가 도와달라고 소리라도 지른다면..."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한다면, 안 그래도 어떤 이름을 지어야 손님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싸구려 여관 주인 중 하나를 크게 도와주는 셈이지. '목 매달린 독일놈'이라는 쓸만한 간판이 나오겠지. 우리 영국인들은 참을성 있는 사람들이지만, 지금은 조금 흥분한 상태거든? 내 성질 건드리지 않는 게 현명할거야. 조용히 있는 게 상책이라는 걸 잊지 마쇼. 이봐요 폰 보르크 씨, 우리와 함께 순순히 런던 경찰청으로 갑시다. 그때 가서 당신 친구 폰 헤를링 남작을 부르면 될 것 아니오? 그가 대사관 수행원으로서 당신을 위해 준비한 자리가 아직 남아 있는지 어떤지, 가서 보면 알겠지. 자, 왓슨, 이 테라스에 함께 서게. 이렇게 조용히 이야기하는 것도 마지막일 수 있으니."

두 친구는 여러 가지 일을 회상하면서 몇 분 동안 이야기했다. 그동안 붙잡힌 남자는 결박을 풀려는 헛된 몸부림을 계속했다. 이윽고 차가 도착했을 때, 홈즈는 달빛으로 빛나는 바다를 가리키며 감회에 젖은 듯 머리를 흔들었다.

"동풍이 부는군, 왓슨."

"그렇지 않아, 홈즈. 따뜻한 날씨야."

"나의 오랜 친구 왓슨. 시대의 변화에도 자네는 참 여전하군. 그러나 분명 동풍이 불고 있네. 아직까지 한 번도 영국을 강타한 적이 없는 바람이야. 차갑고 괴로운 날씨가 되겠지, 왓슨.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주저 앉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도 신의 뜻인걸. 그리고 마침내 폭풍이 지났을 때, 빛나는 태양 속에서 더 멋진 나라가 남아 있을 게 틀림 없어. 시동을 걸게. 출발해야 할 시간이야. 여기 500파운드 수표를 빨리 현금으로 바꿔야겠어. 지불인은 가능한 빨리 지불 정지를 하고 싶을테니."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 코난 도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