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쉰의 저작 광인 일기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지금 그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모(某)씨 형제는 지난 날 내 중학교 시절의 좋은 친구들이었다. 여러 해 동안 만나지 못하고 보니, 자연히 소식도 뜸하게 되었다. 얼마 전에 우연히 그 중 한 친구가 중병을 앓고 있다는 말을 전해 듣고 고향 가는 길에 빙 둘러서 찾아갔다가 그들 중 형을 만나게 되었는데, 병을 앓던 친구는 형이 아니고 동생이라고 했다. 고생하여 먼 길을 찾아갔지만 그는 벌써 완쾌되어 어느 곳의 후임으로 부임해가고 없었다. 형은 크게 웃으면서 일기장 두 권을 꺼내 보였다. 그 당시에 동생이 앓았던 병의 증상을 알 수 있을 거라며, 옛 친구이니 보여 줘도 괜찮을 거라고 했다. 가지고 돌아와 죽 훑어보니, 그 증상은 피해망상증 같은 것이었다. 내용은 어지러이 두서가 없었고, 허황된 말도 많았다. 날짜는 적혀 있지 않았지만 먹빛이나 글자체가 같지 않은 것으로 보아 한꺼번에 씌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문맥이 갖추어져 있는 것을 뽑아 의사들의 연구 거리로 제시하고자 한다.
(중략)
생각할수록 나는 머리끝에서 발뒤꿈치까지 소름이 끼쳤다. 그들은 사람을 먹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나를 못 먹을 것도 없는 일 아닌가. 길에서 봤던 여자가 "네놈을 물어 뜯겠다."라고 한 말이나, 푸르스름한 얼굴에 이를 드러낸 채 웃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그저께 소작인이 한 말, 이 모두가 분명히 암호였다. 알았다. 그들이 하는 말은 모두 독이다. 웃음 속에는 칼이 있다. 그들의 이빨은 모두 하얗게 배열되어 있어서 바로 사람을 먹는 도구인 것이다.
(중략)
사람을 먹으려는 게 나의 형님이야!
나는 사람을 먹는 사람의 형제야!
나 자신이 잡아 먹힌다 하여도 여전히 나는 사람을 먹는 사람의 형제인 것이야!
「광인일기 中, 루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