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구락부] 설악산 종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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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대청봉까지 등산 시작이다.

친구 D의 증언에 따르면, 나는 3분 단위로 욕을 했다고 한다. 아주 가관이었다고. 뭐 어쩔 수 없지. 힘들었으니깐. 과학적으로 힘들 때 욕을 하면 통증이 감소된다는 학설이 있는데 난 그 설의 신봉자이다.

그리고 욕만 한 것도 아니다. 난 20분 단위로 내 핸드폰을 체크했다. 혹시 그 년한테 연락이라도 왔나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산이라 배터리가 금방 다니깐 평상시엔 꺼놓다가 확인할 때 다시 키고 그랬는데, 등산 내내 핸드폰을 껐다가 켰다가 아이쿠 기억나는 게 이것 밖에 없구나.

가면서 비선대, 귀면암, 천불동 계곡, 오련 폭포 등등을 보았다. 겨울 산이라 폭포가 잘 얼어있었는데 아이스크림 통에 서리가 낀 것과 비슷하더라. 그 외 딱히 서술할 표현이 없다. 그냥 밑으로 쭉 사진을 올릴테니, 필자의 조악한 문장에 구애받지 말고 마음껏 즐기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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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깃집에서 제공하는 아이스크림 통 얼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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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당이 이렇다면 난 그냥 지옥에 갈란다. 지옥에 볼 게 훨씬 많을듯.

틈틈히 휴식하며 까먹은 비상 식량이 참 맛있었다. 추운 날씨에 적당히 얼어붙은 초콜릿이 아주 끝내주더라. 다만 움직일 때 올라온 열 때문에 더워서 벗어놓은 외피를 휴식할 때마다 다시 입어야 했는데 이게 적잖히 번거로왔다.

깎아지른 설악산 절벽을 두고 D군이 다음처럼 말했다.

"저런 데서 암벽 타기 하면 재밌겠다. 외국에는 이런 장소가 많아서 암벽 타기 많이 한다던데."

음... 아무래도 그렇겠지? 한국 산의 경치를 폄훼할 생각은 없다만 한국 자연 환경의 스케일이 한국 남자의 물건 싸이즈처럼 오밀조밀한 건 부정하기 어렵다. 물론 그 오밀조밀함도 충분히 쓸만할 때가 있겠다만 아무래도 아무데나 정 같은 걸 박고 올라타려면 싸이즈는 클수록 좋겠지.

암벽타기라, 글쎄.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아까 언급한대로 난 지덕체를 겸비한 인간상을 여전히 동경하니까.

그리고 말이다. 만약 결혼해서 처자가 생긴다면 함부로 자살하기도 어렵겠지. 자기 목숨이라고 해도 전부 자기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남편이나 아버지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도 큰 상처일 것이다. 하지만 또 그렇다고 힘든데 꾸역꾸역 스트레스 받으며 살다가 암으로 병원에서 죽을 때까지 기다릴 정도로 느긋한 위인은 못 된다. 암벽타기를 배운다면 보험 하나 가입해놓고 나중에 사고사로 깔끔하게 떠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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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추락해버릴까 잠시 고민함.

  • 2011년 2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