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벨룽겐의 노래] 발췌 4

Words
214
Reading
1 min
Listen
Play
9y

하겐은 장난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의외로 농담을 할 줄 알았고 가끔 사람을 배꼽 잡게 웃게 만들 때도 있었다. 전장에서 매번 살아 남을 수 있었다는 것은 그가 유연하게 사고하고 대처할 수 있음을 의미했다. 그는 자신이 거둔 승리가 때로는 단순히 운 때문이었다는 것도 잘 알았고, 어느 덧 중년에 접어 들어 멀리서 자신의 삶을 관조하는 법도 알았다.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기는 했지만, 누군가는 그가 매사에 진지한 굳은 얼굴을 풀고 어린 아이처럼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장난을 받아주는 것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었다. 무언가를 빨리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은 수 많은 살해 위험을 겪은 그에게는 체화된 본능일 수 밖에 없었다. 그에게는 상대가 품에서 꺼내는 것이 무엇인지 두 눈으로 본 뒤에야 움직일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한 번 내린 결정은, 가령 상대가 꺼낸 것이 칼이 아니라 그에게 나눠주려던 빵조각이었다고 해도 번복할 수 없다. 이미 죽어 버린 상대에게 느끼는 것은 죄책감이 아니라 자신을 살인자로 만들 수 밖에 없던 그 장난에 대한 원망이었다.

라인 강의 요정들은 강을 지나는 행인들에게 장난치는 것을 좋아했다. 때로는 마녀로, 또 때로는 짐승으로 변하며 행인들을 놀리곤 했다. 사람들은 그 악의 없는 장난을 관습처럼 여기며, 부디 무사히 보내달라며 조그만 선물을 나무 뒤에 두거나 또는 노래를 불러주곤 했다. 하지만 그녀들이 그날 만난 것은 하겐이었다. 하겐은 자신을 쫓는 그림자 셋을 보고, 재빨리 나무 위에 숨은 뒤 다시 요정들의 뒤를 밟았다. 곧 이어 요정들은 밧줄에 칭칭 묶여 엉엉 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니벨룽겐의 노래] 발췌 4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