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예찬] *20. 평범한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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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법학에는 재능이 없다. 단 법학적성시험(LEET)이라는 정체 불명의 테스트에는 꽤 소질이 있었다.

로스쿨 입학을 위해 법학적성시험을 준비하던 당시, 나는 몇 명의 사람들과 스터디 모임을 했고, 스터디 모임에는 나이 많은 스터디 원이 있었다. 적어도 마흔 살은 되보였다.

그 사람은 법학적성시험과는 잘 맞지 않는 듯 보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틀리는 것이 더 이상한 쉬운 문제조차도 제대로 풀지 못했으니까. 그는 그 사실에 당황하곤 했다.

학원에서 모의시험을 본 그 날 그 남자가 내게 시험을 잘 봤냐고 묻더라. 그때 난 고작 스물 넷이었고 정신적 성숙도는 그 이하였다. 나는 대뜸 잘봤다고 답하며 내 점수를 말해주었다. 그러자 그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라. 감추려고 애썼지만 그 감추려는 기색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형언할 수 없을만큼 괴로운 표정이었다. 그는 밖으로 담배를 피우러 나갔고 스터디 모임에서 두번째로 나이가 많던 남자가 그를 급히 따라나갔다. 둘은 한참인가 이야기를 나누고 한참 뒤에야 들어왔다. 그 남자의 얼굴에서 얼핏 눈물이 보였다.

그 남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십년 넘게 사법고시를 하다가 안 되서 새로운 희망을 품고 로스쿨을 준비한 사람이었을 수도 있고 직장을 도저히 더 다닐 수 없어서 반 강제로 로스쿨 시험에 뛰어든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먹여살려야 할 처자식은 있었을까. 자기 아들이 남들만큼이라도 살며 고생하지 않길 바라는 부모가 있었을까. 혹은 자신의 처지로 인해 멀어진 친구가 있었을까.

그 남자는 그 이후 스터디에 나오지 않았으니 내가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제 나도 나이가 든 터라 그때 그 남자가 흘렸던 눈물의 의미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 남자와 비슷한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그때를 떠올리며 화내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 나는 어른이 되었다. 단...... 그때...... 그 눈물의 의미를 몰랐기 때문에...... 나는 평범한 어른 밖에 되지 못했다.

[인생예찬] *20. 평범한 어른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