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자전적 소설] 1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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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번에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키스하고, 제대로 된 애무도 없이 그녀의 팬티를 벗겼다. 술 냄새 나는 입으로 다짜고짜 그곳을 빠는 내게 그녀가 무슨 감정을 느꼈을지는 여자로 태어나보지 않아서 잘 모른다. 그나마 이불 속으로 들어가 그걸 했다는 것은 최소한의 매너는 되었으려나.

섹스에서 혀는 양날의 칼이다. 잘 사용하면 좋지만, 잘 못 사용하면 중간도 가기 어렵다.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느낌도 없는데 온 몸에 침을 뭍히는 섹스'는 여자들이 싫어하는 섹스에서 늘 3위 안에 랭크되어 있다. 그때는 그걸 몰라서 당당하게 침을 듬뿍 묻혔다. 그리고 고민 없이 바로 페니스를 삽입했다. 이건 또 어떤 기분이었을까? 에피타이저 없이 나온 구운 스테이크를 입에 강제로 쑤셔넣는 것에 비할 수 있을까.

섹스는 혀나 손가락, 또는 페니스가 아니라 손바닥으로 하는 것이다. 여자들은 남자 친구가 특정 신체 부위(보통은 딱 세 부분)에만 집중하는 것보다 넓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몸을 부드럽게 쓸어주는 것을 좋아 하더라. 사랑받고 있고, 배려해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좀 더 충분히 젖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 수도 있다.

물론 성적 취향도 제각각이긴 하다. 누군가는 강간 마냥 거칠게 다루어지는 것을 좋아하고, 역으로 지배적인 성향을 가진 여자들도 종종 보았다. 또한 시대가 지나면서 여자들도 변하곤 한다. 이를테면 나보다 한 세대 어린 여자들은 일찍 인터넷을 접한 탓에 포르노는 물론, 포르노에 자주 등장하는 것들에 좀 더 관대하다. 자위를 할 때 포르노를 보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다. 흥분에 이르는 매커니즘도 내 세대 여자들보다는 좀 더 남자의 그것과 유사할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저 위에 써 놓은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왕도(王道)다. 성급함은 로맨스와 거리가 멀고 여자가 '나 오늘 느꼈다.'라고 말하는 이유는 꽤나 복합적이다. 하지만 내 기억에 당시 그녀는 느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난 그토록 형편 없는 수컸이었음에도 말이다.

섹스가 끝나고 우리는 펜션의 야외 노천탕에서 새벽 공기를 함께 마셨다. 차가운 이른 봄의 공기와 아직 꽃 피지 않은 나무의 앙상한 가지, 시커먼 밤을 선명히 비추던 백열등이 점차 밝아오던 하늘로 인해 옅어지던 그 순간을 기억한다.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죽어 있는 내 페니스를 몇 십 분 간이나 반복적으로 만졌다. 성 경험이 없었던 여자라, 오랫 동안 품어오던 성적 호기심의 해소 차원에서 그렇게 오랫 동안 만졌던 것일었을까. 둘 다 물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만질 때마다 찰랑거리는 물 소리가 났다.

그 날 이후 나는 그녀와 잦은 관계를 가졌다. 여자 친구였으니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만, 한 달에 한 번의 관계를 인심 쓰듯 허락하던 MS에게 익숙해있던 내게 그녀는 성 해방구나 다름 없었다. 그녀는 관계 중 내 젖꼭지를 비틀거나 꼬집으며 좋아죽겠다는 표정을 짓곤 했다. 그녀는 관계한 날마다 다이어리에 스티커를 붙이곤 했는데 스티커가 한 달에 세 개가 넘지 않으면 내게 항의를 하곤 했다.

지금은 안다. 그녀가 나와 자는 것을 좋아했던 것은 내가 형편 없는 남자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날 사랑했기 때문에 못난 나를 그냥 수용해주었다는 것을. 어쩌면 상대적으로 자기 주관이 약했던 MS보다, HJ가 내게 가졌던 감정의 밀도가 훨씬 높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것도 모르고 예전보다 기술이 많이 늘었다고 자평하며 안도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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