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자전적 소설] 10편

Words
217
Reading
1 min
Listen
Play
9y

나는 군대에 가지 못할 뻔 했다. 신검에는 정신검사 항목이 있다. 군대가 싫은 청년들은 거기 별 지랄 맞은 답변을 한다만 보통은 멀쩡히 정상으로 판정된다. 전날 술을 마신 것도 아니고, 어머니가 차려준 아침밥 잘 먹고 정성스럽게 답변한 나는 노란 종이에 '정상'이 아닌, '검사'가 떴고 훈련소에서 꽤 놀림을 받았다. 제대 후 인사과 후임에게 들은 바로는, 난 배치된 부대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한 정신 검사에서도 6년 간 누적된 표본집단에서 최악의 정신 이상자였고 선임병장과 주먹다짐을 하고 빼돌린 케블러를 팔아먹던 상병보다 더 관심대상이었다고 한다.

스스로 분석하건대, 아마 정신병자를 판별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로 정신병자는 과거에 있었던 일을 잊지 않는다. 나처럼 조신하게 서류 상으로만 정신병자였던 인간과 달리, 훈련소에 들어오자마자 또라이로 찍혔던 어떤 친구가 있다. 그 녀석은 훈련 중 누구와 어깨가 부딪치면 그걸 마음 속에 담아 두고 밤잠을 설쳤다. 그리고는 그 다음날 어깨를 부딪힌 사람에게 달려들어 주먹질을 했다. 맞은 사람은 왜 맞았는지 영문도 모르는 것이다. 이 녀석은 결국 영창을 갔다.

두 번째로 정신병자는 어떤 식으로든 보복한다. 여기에 목적어는 없다. 힘이 있다면 바로 정권을 날리겠지. 보통 살인범들은 체구가 작은 경우가 많은데, 그건 바로 대응할 힘이 없어서다. 완력으로 안 되니까 밤에 칼 들고 오는 것이다. 힘도 용기도 없다면 자기한테라도 복수한다. 요컨대 자해라도 하는 것이지.

정신 건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걸 망각하고 회복하는 데에 있다. 하지만 정신병자는 그게 되지 않는다. 아무리 조그만 상처를 받아도 이게 악성종양이 된다. 그리고 자신이 죽거나 남을 죽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