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는 나의 흠이다. 흠집이다. 내 영혼 마디마디에 새겨진 흠집들이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사랑하는 당신들 참 아프게 했다. 그러나 어디 흠집 없는 나무가 있던가. 흠집 없는 길이 있던가. 흠집 없는 집이 있던가. 나는 이제 내 흠의 속살을 당신들에게 내어 보이련다. 나의 흠과 당신의 흠을 덧대어보련다.
흠과 흠이 만나서 다치지 않으려면 만남 곳곳에 휴식이 필요하다. 그게 내가 바라는 또 다른 흠이다. 나의 말이 너무 과도하다 싶을 때, 나의 말이 너무 길어질 때, 당신의 말이 듣고 싶을 때, 흠, 하고 나는 쉬어 가야 한다. 당신이 흠, 흠, 쉬고 싶을 때, 나의 문장들은 멈춘다. 이 책을 대면하는 당신은 그렇게 나와 대화하면 된다. 그래주면 된다.
공황이, 우울이, 불안이 우리 시대를 덮쳤다. 정신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들이 곳곳에 편재한다. 자살률 1위의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건 죽고 사는 문제인데, 우리는 우리의 흠집에 대해서 너무 관심이 없다. 그 흠에 대고, 우리는 흠, 하고 한번 쉬어 갈 때가 되었다. 이 책은 그런 필요에 의해 묶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