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일 밤 자기 전 상처를 달여 먹는 습관이 있습니다. 한 번에 감당하기는 어려우니 조금씩 달여 내어 마시는 겁니다. 처음에는 양 조절과 분류 구분을 잘 하지 못해 힘들었던 날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요령이 생기고 나니 대부분의 것들은 부담가지 않는 사이즈로 척척 나눌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어느새 인가부터 매일 밤 잠들기 전 쓴 한약 한 첩을 마시듯 저는 상처를 약처럼 달여 먹었습니다.
어쩐지 상처로 남는 것들은 배울만한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상처를 주고 싶어 하는 사람도 그리고 받고 싶어 하는 사람도 하나 없으나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쉽게 그리고 부지불식간에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하나의 결정적인 사건에 생긴 것 같은 상처도 면밀히 들여다보면 세세한 상처들에 균열되었던 흔적이 남아 있지요. 그렇기에 상처는 자신을 이해하고, 내가 마음을 썼던 사람을 이해하고, 복잡한 사건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큰 도움을 줍니다.
유명한 석학인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는 '분노와 슬픔에 대해 말하다 - Speaking of Rage and Grief'의 강연에서 슬픔은 폭력과 파괴를 잠재우는 힘이 있다고 말합니다. 덧붙여 버틀러는 슬픔이 슬픔에서 빚어진 아픔을 멈추고 남아있는 것들을 더 사랑할 수 있게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파괴와 고통을 멈추기 위해선 더 슬퍼하며 고통스러워야 한다는 다소 역설적인 결론을 도출하게 됩니다.
환부를 들추어내는 것은 언제나 고통스럽고 슬픈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방치하거나 외면하게 된다면 사태는 더욱 더 심각해지죠. 이유 없는 폭력과 파괴의 근원이 되기도 하고 어느새 감당할 수 없을 만한 무게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크기와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을 택할 수 있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조금씩 달여 먹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슬픔을 멈추기 위해선 슬퍼해라.
참으로 섣부르고 책임감 없는 말일 수 있으나
그래도 누군가에겐 꼭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