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곳으로 가야하나
아니, 그 반대로 가야하나.
사방에서 불어오던 바람에
몸도 마음도 잘 거누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바람을 타던 때가 있었던가 하면
바람과 싸웠던 때도 있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던 때가 있었다 하면
바람 한 점도 불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
왼쪽에서 불어오다가 오른쪽에서도 불어왔고
내 앞에서 그리고 뒤에서도 불어 왔었다.
그리웠을 때도 도망가고 싶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바람은 언제까지나 바람이었고
나는 언제까지나 나였다.
나는 바람이 아님을,
외로운 인간의 걸음을 끊임없이 가늠하는
사람임을
차츰,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