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2년차에 나는 선배들을 존경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선배들을 믿었다. 설사 그것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방향이라해도, 나는 믿었다. 당연히 나는 선배와 우리 조직을 신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겨우 3년차 부터, 그 생각은 조금씩 바뀌었다. 선배들이 하는 행동, 그리고 그 결과가 탐탁하지 않았다. 나라면 그리 안했을 것 같았다. 나라면 더 좋은 방향을 선택했을 것 같았다. 나라면 후배들의 마음과 우리 팀원의 마음을 더 챙겼을 것 같다.
나는 저 선배처럼 꼬장 부리지 않을거다. 나라면 우리 부서 사람들 더 챙길거다. 뒤에서 가만 있다가 성과만 쏙 챙겨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갑자기 사건이 발생하면, 내가 책임지고 후배들을 보호할 거라 다짐했다.
나도 짬밥 좀 먹으면 편하겠지 생각했다. 경력이 쌓이면 편할 줄 알았다. 선배들은 후배들 일 다 시키고 노닥거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이가 먹고 선배가 되고, 경력이 쌓여도 편한 것은 없었다. 나는 큰 역할과 동시에 책임까지져야 했다. 나의 결과뿐만 아니라 같은 부서 동료들의 결과와 직장생활에 대한 부분도 내가 같이 안고 가야 했다.
신규의 티를 벗어나고, 결정권이 많아질수록 말이 많이 나왔다. 이사람 저사람의 이권과 뒷담화를 들어야했다. 서로 간의 언쟁과 감정싸움, 정치활동까지 내가 조율해야 했다. 경력이 쌓이면 나는 기안만 결재하고, 클릭만 하고, 지시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높은 자리에 갈수록 부담 늘어 났다. 나는 결정권이 많아졌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방향을 찾아야 했다.
내가 생각했던 방향이 맞더라도,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진 않더라. 그들은 불만은 말했지만,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도 좀 더 안정적인 선택을 해야 했다. 직장 내 따돌림이 생겼다. 나는 그래도 조금 외롭게 지내는 분들의 편에 섰다. 누구라도 우리 조직에서 소외되는 것이 싫었다. 그렇다고 좋게 해결되진 않았다. 그들은 그 사람들끼리 모였다. 어느 조직이나 끼리끼리 문화는 없을 수 없었다. 그래도 매너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최소한의 매너와 양심은 팔지 않고 싶었다.
그래도 경력은 똥으로 먹는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 자리에 올랐을 때, 나 역시도 100% 완벽한 해결책을 마련할 순 없다는 걸 알았다. 나의 자만과 옹졸함을 반성했다. 하지만 나는 성실과 진심은 통한다고 믿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말했다. 나의 양심과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대화의 채널까지 막아버리는 동료와는 더 이상 소통할 수 없다. 그저 마음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려 본다. 그 옛날 선배들은 어떻게 했더라?
그렇다. 선배들은 일의 결과를 문제 삼지 않았다. 나는 좋은 선배들을 만났던 것이다. 그들은 나의 노력, 나의 성실, 나의 과정을 지켜보았고, 그것을 칭찬해 주었다. 나역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를 한다. 실수는 용인되어야 한다. 하지만 팀워크를 깨어서는 안된다. 중요한 것은 잘하느냐가 아니다. 일은 그냥 하면 된다. 일은 그냥 슬슬하면 되는 거다. 정색하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잘하는 일은 필요 없다. 내눈에도 보이는데... 30년 경력의 관리자들은 보이지 않을까?
성실과 진심이 통하도록 일하자.
부끄럽지 않게 일하자.
입으로 나불거리는 사람이되지 말자.
늘 행동으로 결과로,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되자.
두 아이와 후배들이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한다면 그것으로 된거다.
자신감을 가지고, 나의 선택과 집중을 믿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