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쓸쓸했다. 즐거운 며칠을 보내고 나면 주기처럼 쓸쓸함이 찾아온다. 그럼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그 감정에 깊게 파고들기도 한다. 쓸쓸한 음악을 듣다가, 전에 남긴 메모 하나를 보게 됐다.
솔로 전 리하모니 아름다움
마지막엔 미칠 것 같음
호흡이 느껴짐
베이스 너무 로맨틱
아마도 어떤 곡을 듣고 급하게 쓴 것 같은데, 그게 무슨 곡인지 너무 궁금해졌다. 그래서 나의 Thumbs up 플레이리스트(어디서 들어본 것 같군)를 뒤졌다. 메모의 뉘앙스가 재즈인 것 같아 재즈만, 그리고 뒷부분만 들었다.
그랬더니 금방 나왔다.
< Bill Evans Trio - See-Saw >
빌 에반스 트리오(Bill Evans Trio)와 스탄 겟츠(Stan Getz)가 피쳐링으로 함께한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태그 정리가 잘못됐는지 아티스트 이름에 스탄 겟츠만 올라가 있었다. 놀라운 건 이 곡이 좋아 메모까지 했으면서, 섹소폰 연주자인 스탄 겟츠의 연주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곡에 섹소폰은 나오지도 않는다. 게다가, 코드 리하모니까지 들었으면서도 피아니스트에 대해 전혀 생 해보지 않았다. 아마도 스탄 겟츠라는 이름이 너무 커서 그랬던 것 같다. 지금 들으니 그냥 빌 에반스인데...
이 곡에서 베이스가 유독 좋았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 에디 고메즈(Eddie Gómez)였다. 빌 에반스와 함께한 베이시스트라 하면 모두 스콧 라파로(Scott LaFaro)를 떠올리겠지만 나는 스콧 라파로보다 에디 고메즈를 더 좋아한다. 스콧 라파로가 죽고 난 후의 빌 에반스를 더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에디 고메즈와 빌 에반스의 연주를 듣는 게 반가웠다. 그것도 빌 에반스인 줄 모르고, 에디 고메즈인 줄 모르고 들어서 더 좋았다.
이 곡의 매력은 끝에 있다. 뒤에서 갑자기 박자가 느려지는데, 그때 빌 에반스와 에디 고메즈가 함께 왈츠를 추는 기분이 든다. 몇 번을 다시 들어도 여전히 마지막엔 미칠 것 같다.
실은 마음이 쓸쓸해 쓸쓸한 글을 쓰고 있었다.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갖은 슬픈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는데, 이 곡을 듣자마자 금세 기분이 풀려 버렸다. 좀 유치하지만, 이 곡을 들으면서 내 감정이 시소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행복해져 버렸지만, 괜히 아쉬운 마음에 아까 듣던 쓸쓸한 곡도 같이 올린다.
<Pat Metheny - Always and forev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