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은 이곳 시간으로 5시 10분, 한국 시각으로는 6시 10분이다. 밖으로 나오니 캄캄한 어둠보다 죽음 같은 소리가 먼저 나를 반긴다.
어제 섬에서 아침을 보내며 핸디 레코더 ZOOM H6를 챙겨오지 않은 걸 후회했다. 머물었던 섬에선 아름다운 소리가 났다. 파도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 소리를 담고 싶어 연신 동영상을 찍었지만, 화면이 담긴 순간부터 소리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날 것의 소리를 담아 재창조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핸디 레코더를 구매했다. ZOOM H6를 들고 곳곳을 다녔다. 그리고 알았다. 한국에는 자동차 소리 없는 곳이 없다는 걸. 마이크로 수음되는 소리는 낯설만큼 크게 들린다. 먼 곳에 있는 이름 모를 이의 발소리마저 들린다. 신기한 경험이다. 일상이라는 영상에서 소리만 아주 크게, 그리고 선명하고 아름답게 후보정을 해놓은 것 같다. 소리를 찾아 많은 장소를 다녔지만 건질만 한 소리는 거의 없었고, ZOOM H6는 방구석에 짱박혀있다.
이곳이야말로 잠들어있는 내 ZOOM H6가 빛을 발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소리로 가득하다. 물 흐르는 소리, 짐승들의 울음소리, 기도 소리, 바람 소리, 새 소리. 여긴 바다도 아니고, 숲도 아니고, 들판도 아니다. 도심도 아니고, 시골도 아니다.
일전에 말한 '아판타시아' 증세로 나는 눈 감으면 이곳을 잊게 된다. 이번엔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 눈을 감고 소리로 기억해보려 한다. 쉽지 않다. 소리로 공간을 기억하려는 노력을 했었는지 문득 자문하게 된다.
글을 쓰는 동안 해가 뜬다. 주위가 밝아졌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죽음의 소리가 옅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