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주말을 보냈습니다. 콜린성 두드러기인지, 대상포진 초기 증상이었는진 모르겠지만 열과 함께 다리 곳곳에 물집을 수반한 두드러기가 나 정신을 못 차렸습니다. 주말에 글을 쓰려 했지만, 집중할 엄두가 안 나 계속 잠만 잤습니다.
언제부턴가 몸을 혹사하며 일할 때는 꼭 그에 응당하는 아픔이 찾아옵니다. 그간 다양한 증상을 겪었는데 어떤 것이든 잠을 많이 자면 나아져, 이제는 조금만 아파도 본능적으로 잠을 많이 자려 합니다.
병원을 싫어하지만, 공연을 앞두고 있어 병원에 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아침에 일어나니 두드러기가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항히스타민제를 먹으면 가려움이 좀 나아진다는데, 약을 먹는 것도 싫어해 이 정도 컨디션이면 그냥 버텨볼까 합니다.
두드러기가 가라앉은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과장이 아니라 지금 저는 다시 태어난 것 같습니다. 붉은 반점이 팔까지 번져 어제까지만 해도 만성이 되는 건 아닌지, 공연 전까지 안 낫는 건 아닌지 수만 가지 생각을 했거든요. 아직 몸이 쑤시고 계속 따끔거리지만, 며칠 만에 찾아온 멀쩡한 몸이 감사해 이른 아침 카페에 왔습니다.
일요일은 온전히 연습만 하려고 비워둔 날이라, 토요일엔 왜 공연을 앞두고 이렇게 됐는지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깐이고 막상 일요일이 되니 생존의 위협(?)을 느껴 그런 것들은 생각도 나지 않더군요. 아플 때 쉴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과 월요일 일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만 고민하게 됐어요.
병원과 약을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병원을 가거나 약을 먹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다음 날 뺄 수 없는 일정이 가득하거나,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때지요. 다행히 이번엔 쉴 수 있었지만, 앞으론 아파도 쉬지 못하는 날들이 더 많아질 거란 생각이 듭니다. 병원과 약을 달고 살게 될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조금 나아지자마자, 다시 아파질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진짜 어른이 된다면, 온전히 아파하지도 못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때를 생각하니 부모님의 모습도 떠오르면서, 괜히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어제는 연습을 해야 된다는 생각보다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맴돌았습니다. 맑은 정신이 돌아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이제 돌아가서 조금만 더 자고, 몸도 잘 추슬러 저녁 일정을 준비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