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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주 때문에 홍대에 가던 길. 갑작스레 취소 연락을 받았다. 이미 지하철 안이라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합정에 있는 지인의 가게에 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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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는 갈 때마다 번잡스러운 느낌이 든다. 별다른 일 없이 거리를 걷기만 해도 금방 피로해진다. 반면 합정은 조용하고 한적했다. 날씨는 선선하고, 하늘은 푸르고. 그냥 걷기만 해도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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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를 가는 길엔 카페가 참 많았다. 카페 앤트러사이트도 지나쳤다. 예쁘게 차려입은,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쇼윈도에 비친 내 추레한 차림이 부끄러웠다.
4
개업 전인 지인의 가게에 도착했다. 일전에 내게 카메라를 빌려줬던 사람이다. 내게 빌려줬던 그 카메라로 사업을 시작한다. 얘기를 들었을 때 기분이 묘했다. 아직 오픈 전이라 가게는 엉망진창이고, 나는 그런 사적인 공간을 보는 게 즐거웠다.
5
지인이 다육식물을 선물해주었다. 잘 키울 자신이 없어 두고 나오려다, 그냥 고맙게 받았다. 새로운 룸메이트가 생겼다.
6
지인이 마무리할 일이 있다고 해 근처 카페에서 기다렸다. 한쪽은 책들로, 다른 쪽 벽은 음반으로 되어 있는 곳이었다.
7
처음엔 킹 크림슨의 강렬한 표지에 눈이 갔지만, 옆에 있는 마이크 올드필드 음반이 더 반가웠다.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음반이다. 이 음반이 있는 곳은 어디든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 카페도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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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는 재즈 음반도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카페 사장님께 직접 듣는 음반이냐고 여쭤봤다. 직접 고른 음반이라고 했다. 괜한 친밀감이 들었지만, 묘한 거리감도 함께 들었다.
언제부턴가 취향이 같다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왠지 나를 내보이는 느낌이 드는 것인데, 별 걸 다 신경 쓴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게 뭐 대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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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 드립이 맛있다는 말에 홀려 드립 커피를 시켰다. 원두는 내가 좋아하는 과테말라. 커피 맛은 무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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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끝난 지인과 망원 한강공원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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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서울에 산 지 고작 2년 밖에 안되었다. 한강은 아직 내게 낯설다. 해지는 한강을 보고 있으니 이방인이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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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나뭇잎을 한참 보다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합주가 취소된 덕에 뜻밖의 알찬 하루를 보냈다. '가끔은 이유 없이 집 밖으로 나와야지. 이런 즐거운 시간을 가져야지' 생각뿐일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