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앞서 -
스팀잇은 왜 이렇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요.
네이버 블로그를 할 때엔 저를 감추려 급급했는데 스팀잇에선 저를 다 내보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저는 음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레슨하는데요.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어리게는 중학생부터 많게는 30대 분들까지도 만나게 되곤 합니다.
음악이라는 특성 상 재수, 삼수는 기본이라는 말이 돌 정도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수, 삼수라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죠.
제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 나이로는 5수(대학을 다니다 자퇴했습니다), 음악으로는 재수생이었던 학생이 있어요.
입시를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어했는데 어떤 사정인진 모르겠지만 올해 시험을 아예 포기해버렸어요.
너무 지쳤다면서 당분간은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하네요.
대학에 안가더라도 시험이라도 보면 어때?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이의 결정이 너무 확고해 존중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늘은 그 학생과 마지막 수업 날인데요.
마지막 수업을 기념?하여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
학생이 요즘 일본 문학에 한창 빠져있다고 하더라구요.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 같은 추리 소설을 주로 읽는다길래
제가 예전에 좋아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주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저는 읽던 책을 선물하는 걸 좋아해요!
왠지 손 때가 정겹게 느껴지고,
나의 생각이 다른 이에게 이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그리고 제가 평소에 마시는 더치 커피 원액도 한 병 챙겼습니다.
집 밖에 나가기 귀찮을 때 타먹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아요!
무엇보다 선물을 준비했던 이유는, 편지를 주고 싶어서였어요.
2년간 함께했던 친구라 그런지 편지를 쓰다보니 그 내용만 3장에 달하네요.
편지 내용을 올릴 순 없지만.
늘 응원하고 있고 사랑한다는, 힘들어하지 말고 푹 내려놓는 시간을 가지라는 내용의 글이었어요.
편지를 책 속에 끼워넣었습니다.
저번 일본 여행 때 예뻐서 사온 종이백에 선물을 담았어요.
실용음악과의 경쟁률은 나날이 높아집니다.
300:1, 400:1 이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데요.
이 어린 친구들에게 이런 일들이 얼마나 힘들게 느껴질까요.
음악이 아니더라도, 입시를 앞두고 힘들어하는 친구들 혹은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친구들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