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무 생각 없이 8월 9일이라 쓰고 황급히 9월 8일이라 고쳤다. 언제 9월이 됐지?
요즘은 날이 좋아 평소보다 행복하지만, 한편으론 불안하다. 이사 전까진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것 같다. 아직 이사 일정조차 제대로 정해지지 않아 더 걱정이다.
2년 전 이사 왔던 일이 까마득하다. 그땐 집 계약이 꼬이면서 입주 전까지 10일 정도 동생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이사를 두 번 하게 됐는데, 그 당시 앨범 발매가 코앞이라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이 난다. 동생 집은 경기도라 이미 잡힌 일정만 소화하기도 힘들었는데, 그땐 작업도 많았다. 동생의 침대 위에 키보드를 올려놓고, 아이맥을 바닥에 내려놓고 작업했던 기억.
다음 주엔 동생과 동생 남자친구와 워터파크에 간다. 동생의 남자친구가 얘기를 꺼냈을 땐 워터파크라는 단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당혹스러운 마음에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어렵게 꺼낸 말이었을 텐데 필요 이상으로 단호했던 거절이 미안해져 결정을 번복했다. 잘생긴 친구를 데려오라고 했는데, 장난인 줄 안 것 같다. 진심인데.
간다고 말하고 보니, 가는 날엔 연습이 있었다. 고민하다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연습까지 빠지고 가는 워터파크라...
티는 안 내고 있지만 기대가 된다. 눈치 없이 데이트를 방해하는 건 아닐까? 그래도 좋다. 그날은 좀 더웠으면 좋겠다.
요즘 한강에 자주 갔다. 한강은 서울에서 자라지 않은 내겐 무척 멀게 느껴지는 곳인데, 어영부영 서울 사람이 됐는지 가을이 오니 저절로 생각났다. 집에서 바로 가는 버스가 있어 돗자리를 챙겨 시시때때로 가곤 한다. 가만히 누워 스피커로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아니면 바람만 쐬고 오기도 한다.
최근 공연 섭외가 몇 번 있었다. 일정이 맞아 모두 수락했다. 생각 없이 있다가 달력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음 달까지 열 번 정도 공연이 잡혀 있었다. 공연 자체는 무리가 없지만, 적어도 두 번씩은 합주를 해야 할 텐데, 그 시간이 나질 않을 것 같다. 어떻게 되는 거지? 불안한 마음에 어제는 새벽까지 작업을 했다.
작년 가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바빴다. 원래 가을에 공연이 많은데, 그래서 해야 할 공연이 많았다. 한 달에 열다섯 번은 공연을 했던 것 같다. 지방 공연도 많았고, 그런 와중에 앨범도 내야 했으며, 한 시간짜리 단독 공연도 함께 준비해야 했다.
2017년 10월은 달력조차 꺼내 보고 싶지 않다. 잠을 못 자 시도 때도 없이 떨리던 눈꺼풀, 늘 물집이 있던 입술과 시시때때로 찾아오던 수포와 두드러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던 수많은 합주와 의미 없이 만들어낸 작업물, 준비하지 못한 채로 올라갔던 무대들. 다시 돌아봐도 숨이 막히면서 눈물이 차오를 것 같다.
공연 스케줄을 보고서야 가을이 온 게 실감이 났다. 좋은 시기라 공연이 많은 것이다. 좋은 곳엔 음악이 빠질 수 없지. 공연을 핑계로 아름다운 곳을 아름다운 시절에 참 많이도 갔다. 당시엔 좋은지도 모르고 시간을 보냈지만, 올가을은 좀 다를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두 앨범 모두 가을에 나왔다. 가을이 유독 내게 버거웠던 이유는 그것 때문일까? 모든 걸 놓아버릴 수밖에 없었던 작년 겨울과는 달리, 이번 가을을 잘 보내 아름다운 겨울을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