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AN 나들이
Photo by @ab7b1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일하는 지인이 있어 몇 년 전부터 지인을 핑계로 BIFAN에 놀러 가곤 합니다. 어쩌다 보니 이 도넛을 사는 것도 연례 행사가 되었네요. 지인에게 줄 도넛을 챙겨 들뜬 마음으로 부천에 왔어요!
서울에서 부천이 멀지 않은데, 괜히 멀게 느껴집니다. 매번 BIFAN에 올 때는 큰맘 먹고 오게 돼요. 한 시간도 안 걸리는데, 왜 매번 하루만 오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생각해보면 도심 속의 영화제라는 인식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도시에서는 삶이 빠르고 바쁘게 지나가요. 가깝기 때문에, 쉽게 갈 수 있어 외려 시간 내기가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작년엔 영화 한 편만 덜렁 보고 갔는데 허전하더라고요. 그래도 영화제인데! 그래서 오늘은 영화 두 편을 골랐습니다.
상영관 앞에는 자원활동가분이 그린 포스터가 붙여져 있습니다. 손으로 그린 포스터 너무 귀엽지 않나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다른 영화제에 비해 B급 감성이 충만해요. 처음엔 당황했지만 몇 해 오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어제 가장 행복했던 때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창문 새로 나무와 햇빛이 가득 쏟아지더라고요. 참 아름다웠습니다. 봤던 영화가 만족스러워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정말정말 좋더라고요. 한참을 서서 창문을 바라보다 나왔습니다.
특이하게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부천시청이 헤드쿼터입니다(시청에서 상영도 합니다). 다음 영화까지 시간이 남아 시청 앞 벤치에 앉아 글도 적고, 주변도 둘러보았어요. 뜨거운 날씨였지만 그늘에 있으니 선선한 바람이 불더라고요. 삶에 이런 여유의 시간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보려던 시간에는 상영하는 영화가 호러물밖에 없었어요. 겁이 많아 공포 영화를 보지 않는데,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장 덜 무서워 보이는 호랑이는 겁이 없지를 봤습니다. 마약과 전쟁이 휩쓴 멕시코를 아이들의 모습으로 그린 판타지 영화인데요. 공포영화 특유의 사운드가 너무 무서워서 보는 동안 수명이 5년은 줄어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녁 약속이 있어 홍대로 가야 했어요. 괜히 아쉬운 마음에 영화관에서 부천시청으로 돌아와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버스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잠깐 시간이 남아 합정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습니다. 절판된 책이 있어 예전부터 오려고 했는데, 미루는 동안 이미 팔렸더라고요. 온 김에 예전부터 읽어보고 싶던 글이 있길래 하나 사서 돌아왔어요.
어제 저녁은 바쁘다는 핑계로 매번 만남을 미뤄오던 사람들과 식사를 했습니다. 연트럴파크라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온 건 처음이에요. 이런 곳이 있다니! 경의선 숲길이라는 예쁜 이름의 공원이더라고요. 아쉽게도 음주 금지였지만 돗자리에 앉아 맥주 한잔하며 도란도란 끝없이 이야기하고 싶은 밤이었습니다.
집순이들은 집 밖을 나갈 때 모든 일정을 한 번에 처리한다던데, 저도 밀린 일정을 소화하느라 더운 날 목 한번 축이지 못하고 정신없이 돌아다녔네요. 그런데 그런 시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조금씩 사람들도 다시 만나고, 작업도 시작하고 싶어요!
올해는 전주국제영화제(JIFF)를 못 가서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를 가보려고 했는데, 오쟁(@thelump)님의 영화가 상영된다는 기쁜 소식이 들리네요.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간다면 어떻게 잘 피해 다닐지 고민하고 있답니다. 크크. 그리고, 늘 감사한 경아(
@kynga)님의 마크다운을 사용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