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간단한 작업 때문에 경기도에 있는 지인의 작업실에 왔습니다. 작업이 애매하게 남아 지인은 일을 보러 떠나고, 저는 여기 남아 다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작업실을 엿보는 것은 참 즐겁습니다. 어쩌면 작업실은 방보다도 더 내밀한 곳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잘 알고 있던 사람이라도 작업실에 가보면 그 사람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번 주에는 갑자기 일이 몰려, 곡도 써야 하고 썼던 곡을 수정도 해야합니다. 당장 이번 주만 지나면 아주 한가로운 일상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일이 따로따로 들어오면 좋을 텐데, 왜 항상 몰아서 생기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당장 급하게 써야 하는 곡이 있어 곡 스케치를 했습니다. 이번 곡은 아카데믹한 곡입니다. 목표는 익숙한 패턴 버리기, 고정관념을 버리기입니다. 연주곡을 쓸 때는 항상 피아노를 치며 곡을 만들었기 때문에, 일부러 피아노가 없는 곳에서 곡을 써봤습니다. 무척 막막했습니다. 익숙한 것을 버리려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한데, 늘 그렇듯 당장 눈앞의 일을 해결하기 바빠 지금은 시간이 없다고 슬쩍 미뤄버렸습니다.
딴짓도 하다가, 구상도 하다가, 작업도 하는데 살짝살짝 들어오는 햇살과 바람이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경기도만 와도 이렇게 고요하고 평화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은 주택가인데 창밖 너머에서 낯선 음악 소리가 들렸습니다. 밖을 내다보니 점 집에서 굿을 하는 소리였습니다. 묘한 영감이 되면서, 방해도 되면서, 쉽게 할 수 없는 낯선 경험을 했습니다.
낯선 곳에서 작업한다는 것은 낯설기에 새롭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기본적 불안함이 내재돼있는 것 같습니다. 내 영역이 아닌 곳에서 내밀한 작업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두어 번 멜로디를 만들었다가 지우고, 지금은 그냥 지인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지인을 기다리며 찍은, 타인의 작업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