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물을 보냈다. 어차피 주말이니 돌아가서 시켜도 크게 다를 건 없지만, 마음의 차이다. 레슨 보강을 잡고, 밀린 약속들을 잡는다. 조금씩 돌아갈 준비를 한다.
오기 전에 이것저것 택배를 많이 시켰는데, 문 앞에 잘 쌓여있을지 걱정이다. 집 오래 비운 티가 나면 좋지 않은데. 이럴 땐 혼자 사는 게 헛헛하다.
인도네시아 유심을 사서 끼웠다. 덕분에 한국과는 단절이다. 여기 온다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혹여나 일이 들어와있지는 않을까, 돌아갈 때가 돼서야 불안해진다.
백수가 되니 카톡이 한 통도 오질 않는다. 좋으면서 또 금세 외로워진다. 그간의 여행은 현실로부터의 도피였다면, 이번 여행은 현실을 마주하기 위한 여행이다.
벌써 5월이다. 시간은 뭔갈 하지 않으면 가속이 붙어 점점 더 빨라지는 것만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낸 시간이 벌써 반년이다.
이제 곧 집 재계약이 다가온다. 경기도로 내려가야 하나? 지금 집에 계속 있어야 하나, 아님 강원도로 사라져야 하나. 아직 생각해보진 않았다. 이것도 머리 아프기 때문에 보류.
오늘은 오랜만에 미래를 구상했다. 여행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곡을 쓰려고도 해봤다. 오선지에 높은 음자리표와 마디를 그리고 뭐라도 만들어보려 했지만 상투적인 멜로디만 나왔다. 안 하느니만 못한 작업이었다.
생각의 범위가 갈수록 좁아진다. 점점 가사 쓰기가 힘들어진다. 내가 가진 단어가 너무 적다. 정말로 죽겠다.
내 글은 이 정도의 호흡이 딱 적당한 것 같다. 나는 가벼운 사람이라 조금만 집중해도 머리가 아프다.
한국에 도착해 핸드폰을 켜면 미친듯이 연락이 쏟아질 것 같은데, 캐리어를 끌고 집 앞에 도착하면 엄청난 택배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데. 정작 연락은 쓸데없는 몇 통만 와있고, 택배도 안와있으면 어떡하나. 내 인생이 늘 그렇긴 했지만.
슬프지도 않고, 기쁘지도 않은 덤덤한 날들이 계속된다. 그래도 잠깐 미래를 구상했을 때는 즐거웠다. 음악을 좀 만들긴 해야지. 이렇게 살면 안 되지. 그러다가 또 이렇게 살면 왜 안 되나 싶기도 하고.
오늘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윤영배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