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백수 생활에 갑자기 일이 쏟아졌습니다.
저는 부업으로 악보 만드는 일도 가끔 하는데요.
갑자기 일이 몰려 정신없는 어제와 오늘을 보냈어요.
간만에 여기저기 움직였더니 직장에 다니면서도 꾸준히 글을 올리는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금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한 작업은 음원을 듣고 악보로 만드는 작업이었어요.
이것을 '채보'라고 한답니다.
가야금,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의 쿼텟 편성이었어요.
참고 악보를 뽑아두고, 열심히 어플로 구간 반복을 하며 카피를 했답니다.
덩그러니 빈 화면.
이제 이것을 채워가는 거지요~
반 정도 끝났습니다.
네 개의 악기가 다 같이 나오는 곳이 많진 않아 비교적 수월했지만, 피아노를 일일이 다 그리는 게 은근 노가다에요.
제가 부업으로 하는 일은 악보에 관련된 모든 일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번 의뢰는 예전에 제가 편곡한 악보를 바탕으로 악기 구성을 추가하는 작업이었어요.
이런 건 금방이지요.
곡의 앞부분이 휑해 클라이막스를 가져와 봤습니다.
그리고, 공연을 앞두고 오랜만에 합주를 했습니다. 손을 부랴부랴 푸는데, 맨날 놀고 먹다보니 예전만큼 잘 안되더라구요.
합주라 해봤자 둘이서 작은 연습실에서 맞추는 게 전부입니다. 오랜만의 만남이라 합주도 미루고 그간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대화의 주된 주제는 '우리 살기 너무 힘들다'였어요. 신세한탄을 하다 40분 정도 남겨 놓고 급하게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첫 곡을 마치고 문득 언니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오늘 연주 너무 좋은데? 난 악기가 오랜만이라 너무 부족하네." 실은 저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언니 연주 너무 좋은데요? 전 연습 많이 해올게요"
두 번째 곡, 세 번째 곡을 말없이 맞추다 언니가 뜬금없이 이런 말을 꺼냈어요. "근데 난 그래도 음악하는 게 가장 즐거운 것 같아. 난 연주할 때 정말 행복해."
괜한 부끄럼이 들어 "언니는 옛날부터 그랬어요?"라고 얼버무리고 다시 합주를 시작합니다. 그 말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저는 한 곡이 끝나고 이렇게 말했어요. "근데 언니 저도 음악할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이제는 이런 오글거리는 말을 맨 정신에, 진심을 담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를 진정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즐겁게, 오래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