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루입니다.
오늘은 여유있게 음악 리뷰를 하려 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목요일이네요. 벌써 한 주가 지나다니... 저는 백수면서 프리랜서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는 게 공포입니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데드라인이 가까워온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지요.
최근 의뢰를 하나 받았어요. 공연에 필요한 곡을 쓰는 작업이었어요. 고려 음악을 모티프로 소편성 국악곡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였습니다. 고려 음악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곡을 안쓴지도 꽤 오래돼서 쭉 미뤄두고 있었는데요. 의뢰자의 안부 인사 겸 독촉 전화를 받은 후 달력을 보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전화 끊고 생각했지요. '그래! 오늘부터 다시 시작이다.'
제일 먼저 한 것은 Riss에 들어가는 것이었어요. 논문을 찾아봤는데 마음에 드는 논문이 많지 않았습니다. 제 검색 실력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자료가 없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몇 개의 논문에서도 고려 음악이 다 정간보로 나와있어 독해불가... 고민하다 국립 국악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는데 대표적인 고려 가요 청산별곡 / 서경별곡 악보가 있네요!
우선 두 곡의 조표가 같습니다. 그래서 제 곡의 조표도 정해졌습니다. 플랫 다섯개!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두 곡의 박자가 같은 것이었어요. 제가 예전에 올렸던 글. <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 이야기 #4 > 손에 잡힐 듯 말 듯, 쉽지 않은 변박의 세계 < King Crimson - Elektrix >에서 살짝 변박을 소개해드렸는데요. 고려 가요가 변박으로 되어있다는 것이 좀 놀라웠습니다. 자주 쓰이지 않는 박자표라 살짝 들여다 보니 3/4 - 2/4 - 3/4 패턴으로 흘러가네요.
또 뒷 부분 박자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두 곡 모두 뒤에는 6/4박으로 박자가 바뀌었어요.
제가 논문에서 가장 찾고 싶었던 것은 고려 음악의 Scale, 음계였습니다. 그래서 선율을 살펴봤더니 'Db Eb F Ab Bb' Db Pentatonic Scale, 평조를 사용하고 있네요. 고려 음악만의 특별한 음계가 있을거라 기대했는데 약간 아쉬웠어요.
공연 일자가 많이 남지 않아 어렵고 복잡한 작업은 좀 힘들 듯합니다. 이 특성을 살려 곡을 쓰면 좋을 것 같은데 일단 이 곡과 친해져야겠지요. 덕분에 오늘은 강제 연습을! 어떤 부분을 취할지는 음악이 좀 익숙해진 후에 정해야할 듯해요.
작업은 즐거우면서도, 괴롭습니다. 그간 많이 미뤘으니 다시 시작해야겠지요. 저도 제가 어떤 곡을 만들지 기대가 됩니다. 늦은만큼 잘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오늘은 저와 함께 청산별곡을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