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일기, 언제쯤 끝낼 수 있을까?
어쨌건 살아야 하니 최소한의 돈은 벌고 있다.
원하는 만큼 벌질 못해서 문제다.
아무 창작 활동이 없어서 문제다.
예술가는 기본적으로 백수고, 그걸 좋게 말하면 프리랜서, 더 근사하게 포장하면 예술가가 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예술하려고 돈 벌었는데 예술로 돈 벌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오늘은 몇 개의 부업으로 푼돈을 좀 벌었다.
12월 중순 쫓기듯 도망갔던 북해도.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 좀 쉬자'라는 보상심리로 갔지만, 그래서인지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
늘 북해도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꿈꿨던 것은 '고립'.
눈이 미칠 듯 쏟아져 비행기가 취소되는 일.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진행되는 '일시적 고립'이 필요했다.
아니 그 고립에서 오게 되는 '합법적 알리바이'가 필요했다.
그렇게 얻게 되는 '합법적 휴가'를 얼마나 갈망했던가.
아쉽게도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해 정시에 도착했다.
북해도에 가면서 모든 걸 다 내려놓고 갔는데 그땐 몰랐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인생이 망한 것 같지만, 또 그렇게 망할 것도 없다.
그렇게 좋았던 적도 없었고, 그냥 버티려고만 했던 기억.
그래도 앨범이 나왔을 땐 좀 좋았던 것도 같고...
바쁠 땐 항상 커피를 마셨다.
요즘은 커피도 마시고, 맥주도 마신다.
기분 탓인가?
맥주를 마시지 않으면 잠이 안 온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잠이 안 깬다.
11시 전에는 꼬박 잤던 내가 새벽 2시가 되어도 멀쩡하다.
기상은 늘 8시.
요즘 들어 두통이 늘었다.
맥주 때문일까? 부족한 수면 때문일까? 스트레스 때문일까?
바쁠 땐 너무 바빠 몸이 망가진다고 생각했는데,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도 몸이 망가진다.
몇 개의 일들이 들어온다.
백수가 되고 나니 일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다.
그런데 아직 나는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그게 가장 큰 문제다.
'얼른 추슬러 야지.'
입버릇처럼 뇌까리지만 그게 말처럼 쉽나?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