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4. 리비아 사막에서의 하룻밤/Egy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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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꿈꾸는 미스티 @mistytruth


후르가다에서 카이로로 이어진 고속도로에는 군데군데 검문소가 있어서 검문을 당해야만 했다.
관광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집트에서 관광객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라고 한다.
카이로를 향해 출발하고 첫 번째 검문소에선 왠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모두들 차에서 내려 스트레칭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출발하기를 기다렸다.

검문이 끝나고 여섯 시간을 달려 우리는 카이로 시내의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었다.
6층인 우리 숙소의 베란다에 나가서 바깥을 내려다보니 이미 11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적지 않은 인파와 차량이 오가고 있었다.
열 시간이 넘는 버스 이동에 지친 둘째와 나는 씻자마자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이튿날 아침, 달콤한 잠의 유혹을 떨치고 일어나 재빠르게 단장을 마쳤다.
작은 백팩에 사막 사파리에 필요한 물건들만 간단히 챙기고, 사막 사파리가 끝나면 이 호텔로 돌아와 다시 묵게 될 예정이어서 남은 짐은 큰 캐리어에 챙겨서 프런트에 맡겨 놓고 식사를 했다.

분수가 멋진 정원이 보이는 1층 식당에서 여러 종류의 빵과 과일, 우유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는 어제부터 우리 일행과 동행하던 콘보이가 이미 올라타 있었고, 우리 일행이 모두 오르자 버스는 카이로 시내를 벗어나 직선으로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렸다.

얼마쯤 달리자 도로의 양쪽으로는 끝없어 보이는 사막이 펼쳐졌다.
날씨는 화창했으나 모래바람으로 인해 시야가 흐렸고, 네 시간 이상을 달려 중간 기착지인 바하레야의 리조트에 도착해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사막을 안내할 지프로 옮겨 탔다.
사막과 돌산이 좌우로 펼쳐진 끝없는 길을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우리를 실은 지프는 신나게 달렸다.

​서너 시간쯤 달렸을 때, 지프는 도로를 벗어나 사막 안으로 접어들어 크리스털 마운틴이라는 곳에 잠시 멈췄다.
크리스털 마운틴에는 크고 작은 수정(석영)들이 제법 많았는데 요령껏 수정을 캐 보라 하기에 열심히 두들겨 보았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검문 받는 동안 차에서 내려 스트레칭을 하고~.


사막사파리의 중간 기착지인 바하레야의 리조트. 여기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지프로 옮겨 탔다.


구글지도에서 본 바하레야의 위치. 카이로에서 남서쪽 방향이다.



아침에 버스에 올라탄 이후로 거의 열 시간 정도를 달리고 나서야 버섯 바위가 사방으로 보이는 사막 한가운데 도착했다.
이곳은 리비아사막의 한 부분이라고 한다.

​지프를 운전했던 기사들은 주방장을 겸했는데 이 기사들이 1박2일 동안 우리에게 서빙하면서 받게 되는 수입은 이집트에서의 한 달 수입보다 더 많다고 한다.

그들이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사막을 온몸으로 느꼈다.
맨발로 걸어 다녀보기도 하고 만져보기도 하고, 때로 누워 사막의 하늘을 쳐다보았다.

저녁 메뉴는 치킨 바비큐였는데, 바비큐가 익는 동안 사막의 바람을 막아줄 바리케이드와 두 동의 텐트가 세워졌다. 4대의 지프를 일렬로 세우고 카펫과 비슷한 가리개를 세운 다음 그 사이사이를 끈으로 연결해서 불어오는 바람을 완전히 차단하는 작업을 기사들은 재빠르게 해냈다.

그 바리케이드 아래쪽으로 식사를 할 수 있는 탁자가 차려지고, 사막의 추위를 견디게 해줄 모닥불이 피워졌다.

사막여우 한 마리가 우리를 보고는 경계하듯 어디론가 사라졌고 둘째는 과학책에서 보았다는 버섯 바위를 보고 좋아라 한다.
서쪽 지평선에 일몰이 시작되자, 일행 모두가 일몰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느라 한참 동안 분주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모닥불 주변에 둘러앉았다.
우리나라 각지에서 모여든 9살의 어린이부터 71살의 할아버지까지 17명의 일행은 일상을 떠나 사막에서 하나가 되었다.
차례로 노래를 부르며 캠핑 분위기를 한껏 즐기는 동안 모두의 얼굴에는 행복이 넘쳤고, 사막에는 서서히 어둠이 내렸다.

​하나 둘 사막의 하늘에 별이 보이기 시작했고, 사방이 캄캄해졌을 때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빛났다.
손을 내밀어 쭉 뻗으면 곧 잡힐 듯이 별들은 너무나 찬란했고 가깝게 느껴졌다.
​갑자기 가슴속에서 불덩어리가 끓어오르듯 감동이 밀려왔다.
운 좋은 나는 사막의 한가운데서 그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생 동안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코를 베어갈 듯 매서운 사막의 냉기를 침낭으로 견디며 사막에서의 춥고도 특별한 하룻밤을 보냈다.


#지도출처: 네이버지식백과/사하라사막


크리스털 마운틴. 사막에서도 낮엔 더워서 반팔 차림의 가벼운 옷차람이 가능했지만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가능한 한 많은 옷을 껴입고 침낭 속에 들어가 잠을 자야 했다.


오직 바위와 모래, 황량한 모래 바람만이 존재할 것 같은 황량한 사막


모래바람에 의해 바위 아랫 부분이 침식이 더 많이 되어 만들어진 버섯모양의 바위. 교과서에도 나오는 암석형태이다.


사막에서 본 풍뎅이 비슷한 곤충,


사막에서의 일몰을 배경으로~. 내 인생에 길이 남을 역사적인 순간 중 하나.


8일째 사막투어 (7).JPG

카이로에서 열 시간 정도 이동해서 맞이한 사막에서의 일몰






여행지 정보
● 이집트 카이로
● 이집트 바하리야 오아시스



#504. 리비아 사막에서의 하룻밤/Egy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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