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 코끼리 만지듯 '프랑크푸르트'를 탐하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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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연짱 맑기만 하던 날씨가 오늘은 아침부터 끄무레하다.
어제까지 촘촘하게 짜진 출장 스캐줄을 대과 없이 잘 마무리 했다.
오늘은 오후 느지막이 프랑크푸르트발 인천행 뱅기에 오르기만 하면 된다. 아침 시간이 한결 여유롭다.
에그스크램블&소시지와 쥬스로 아침을 먹고서 일행 넷은 잠시 입을 모았다. 낮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했다. 두 분은 시티버스투어를, 한 분은 쇼핑을, 그리고 소생은 미술관 관람을 제안했다. 넷 뿐인데도 취향은 제각각이다.ㅎ
그렇다고 찢어질 순 없는 노릇. 시간을 쪼개면 셋 다 할 수 있다. 마침 버스 노선 상에 슈테델미술관도 있겠다, 버스티켓도 일일권이라 도중에 내렸다가 다시 타면 된다. 그런 다음 프랑크푸르트(이하, 프푸) 중앙역 앞에 내려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기면 일타 쓰리피 아니던가.

체크아웃을 한 다음, 짐은 호텔 카운터에 맡겨놓고서 시티투어를 신청했다. 카운터 직원이 어디론가 연락했고 10분 뒤 민소매 차림에 팔문신이 튀는 건장한 털북숭이남이 우릴 데리러 왔다. 그는 우리를 중앙역 건너편 허름한 건물의 1층 두어평 남짓 공간으로 안내했다. 이곳은 시티버스투어 티켓과 각국 언어로 인쇄된 프푸 가이드북을 판매하는 곳이다. 털북숭이남은 주변 호텔을 돌며 버스투어 신청객을 모아 이곳으로 데려다 주는 알바였다. 잠시뒤 이번엔 호호 할머니가 나타나 자신을 소개했다. 관광해설사라며 버스정류장까지 우릴 안내했다. 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투어용 순환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호호 할머니께선 프푸 중앙역을 명료하게 소개했다.

"독일 내에서도 가장 이용객이 많은 중앙역(Hauptbahnhof)은 '프푸의 문지방'이랍니다. 이용객 뿐만 아니라 역사 자체도 거대하지요. 지상에 24선이 있고 지하에 광역철도 4선과 지하철 4선이 더 있습니다. 독일 전역에서 특급열차가 수없이 들고납니다. 매일 35만 명이 이 역을 오갑니다. 중앙역 앞 메인스트리트인 카이저 거리에는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다양하답니다."
연륜이 배어나는 그의 모션은 '자신감 뿜뿜'이다.

무개형 시티투어 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섰다. 통역 이어폰을 받아들고 지붕없는 2층 앞쪽, 뷰가 좋은 자리에 앉았다. 미세먼지 없는 도심이 이처럼 부러울 수가, 무개차에 올라 또한번 실감한다.
12가지 언어 중 하나를 선택해 들을 수 있는 오디오 가이드가 있어 도시를 이해하기에 참 좋다. 도심 14개 정류장 중 어디서든 내렸다가 다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버스는 3~40분 간격이다.

버스는 프푸를 가로지르는 마인강을 건너 슈테델 미술관((Stadel Museum) 앞에 멈춰 섰다.
마인강의 남쪽 강변을 따라 유럽풍의 멋진 건물들이 늘어서 있다. 많은 건물들이 박물관 혹은 미술관이다. 마인강변에서 슈테델 미술관의 존재감은 단연 으뜸이다.

사실 미술관 관람은 예정에 없었다. 소생의 프푸 출장을 눈치 챈 페친이 깜짝 추천해 짬을 내게 된 것. 뜨뜻미지근한(?) 표정의 일행 세 분은 “덕분에 팔자에 없는 그림 감상을~”이라면서도 기꺼이(?) 함께 관람했다.
아쉬운 건 오후에 공항으로 이동해야기에 2시간 남짓 밖에 감상할 수 없었던 점이다. 그러나 14세기 이후부터 현대에 이르는 유럽 회화의 진수를 이렇게나마 출장 중에 눈요기 할 수 있다는 게 어딘가.

독일의 대 문호, 괴테는 프랑크푸르트 태생이다. 그래서일까, 미술관에 들어 첫 눈맞춤한 그림이 '캄파냐의 괴테'다. 독일 화가, 요한 티쉬바인이 그린 작품으로 우리에겐 괴테의 '파우스트' 번역본 표지 그림으로 익숙하다. 슈테델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만큼 프푸에서 괴테의 존재감은 크다.

사탄의 뱀이 아담과 이브의 몸을 휘감고 있다. 독일 화가 프란츠 폰 슈투크(1863~1928)의 '원죄 시리즈'다. 에로틱하면서도 섬뜩한 이 작품은 1893년 전시되어 놀라움과 비평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자신의 제자인 클레와 칸딘스키로 인해 더 유명해진 화가라 관심이 쏠렸다.

샤갈, 르느와르, 뭉크, 마티스, 드가, 마네, 모네, 세잔, 드라크르와,,, 쿵쾅거리는 가슴으로 명작들을 가슴에 품다 보니 두시간이 금세 동났다. 부랴부랴 문을 나서니 셋 일행이 이미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렸던 정류장에서 다시 시티투어버스에 올랐다. 평일이어서일까, 버스 안은 빈 자리가 더 많다. 버스는 18세기 독일 마을 모습을 간직한 '작센하우젠'으로 들어섰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기엔 아쉬운 풍경들이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차에서 내려 햇볕 잘 드는 길모퉁이 카페에 앉아 한가로움을 만끽하고 싶은 동네다.


나그네의 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작센하우젠'을 무심히 벗어난 버스는 다시 마인강을 건너 구 도심 중앙에 위치한 뢰머광장을 지나 서독의 4대 총리 이름을 딴 빌리브란트광장, 유럽 주식의 중심인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오페라하우스와 시립극장, 팔멘가르텐 식물원, 젠켄베르크 자연사박물관, 그리고 거대 전시 공간인 메쎄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중앙역 앞으로 원점회귀 했다.

중앙역사를 등지고 정면으로 바라다 보이는 거리가 유명한 카이저거리다. 프푸를 찾는 여행객의 대부분은 아마도 이곳 카이저거리에서 여행의 시작과 끝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 프푸에서의 길은 모조리 중앙역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카이저거리로 들어섰다. 때마침 점심 때라 온통 '스트리트푸드'다. 무얼 먹어야 할지 선택이 쉽지 않다. 길 옆 매장엔 요상한 기구가 지천이고 낯 뜨거운 포스터도 곳곳에 나붙어 있다. 기웃기웃 하던 일행 왈 "당최(?) 엇따 쓰는 물건인지 도통 모르것네?!"라며 뒷통수를 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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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저거리에서 느지막이 점심 해결한 뒤 오후 3시 중앙역으로 이동했다. 거대한 중앙역은 초행자에겐 미로와도 같다. 정신 가다듬어 살피고 또 살피며 공항행 열차를 탔건만 느낌이 싸아~ 했다. 열차는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부랴부랴 내린 곳은 'Frankfurt-Nied역'이다. 한적한 시골역이라 에스컬레이터도 없다.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버벅대며 건너편 승강장으로 이동, 다시 중앙역으로 회귀하는 굴욕(?)을 당하고서야 가까스로 공항으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얹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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