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여행기를 쓰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년 말에 잔지바르 여행을 앞두고
급하게 Cape maclear 여행기를 썼다.
밀릴까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에도 사실 다음 여행을 앞두고 나니
발등에 불똥 떨어졌다.
잘 쓰고 싶어서 아꼈다가는 불똥된다.
그런데 그마저도 쓰다가
다른 글이 쓰고 싶어져서 이 글을 쓰고 있다ㅋㅋㅋㅋㅋㅋ
스팀잇을 하기 전에는 여행기를 따로 썼던 적이 없다.
사진을 찍고 종종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는 했지만
여행에 대한 정보나 생각을 남기는 편은 아니었다.
스팀잇을 통해 내 여행이 존재했었음을 기록으로 남기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았다.
내 글들을 읽어주신 분들은 어쩌면 짐작하셨을 수 있지만,
나는 생각을 써내려가고 경험을 풀어내는 것을
어떤 사실이나 정보를 기록하는 것보다
더 좋아하고, 쉬워한다.
여행기를 쓰는게 싫거나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때로 든 생각은,
'내가 여행을 다녀와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이것이었나'
하는 것이었다.
어디를 갔는지,
어디에서 잤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했는지
그런 것들이 정말 나에게 중요한 것들이었을까 하는.
만약 그것들이 중요했다면,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 그것들을 더 준비했을 것이다.
영국여행을 했을 때는 뮤지컬을 보는게 중요했었기 때문에
런던에서 본 8편의 뮤지컬 중 4편 정도를 예매해뒀었다.
잔지바르 여행을 했을 때는 다이빙을 하고 싶었었기 때문에
다이빙 센터를 많이 알아본 뒤 예약을 해두고 갔었다.
하지만 여행 후 내게 남은 것은 언제나
사람이었다.
"여행 어땠어?"
하는 질문에는
'누구를 만났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온통이었다.
어떤 여행지나 문화가 나를 여행으로 이끌지 않았다.
그곳에 있는 어떤 사람이 늘 내게는 더욱 매력적이었다.
그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그곳에 갔다. 어느 곳이든 상관없었다.
다시 만나자 약속했으므로 찾아갔던 그 여정이 나를 설레게 했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간 곳도 결국엔 사람으로 기억되었다.
우연히 만났던 낯선이들은 늘 따뜻했다.
그들에게서 사랑을 배웠다.
어쩌면 나의 여행기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되어야함이 맞지 않을까.
낯선 환경이나 낯선 문화, 그 어떤 낯선 것보다 나는 낯선 '사람'이 좋았다.
늘 새로운 생각과 경험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게 가장 좋았다.
그들을 만나 삶을 나누고 나의 생각이 열려가는 게 무척이나 기뻤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여행기가 싫은 것도 아니다.
내가 방문한 새로운 곳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도록,
또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 또한 큰 기쁨이다.
다만 문득,
나는 어떤 장소를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누군가를 여행하곤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그 여행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여행지가 되어준 이들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그 여행기를 써내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 또한 누군가의 여행지가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