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인 척]한 신문사의 제작 공정 -2. 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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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회사 정치부의 경우 야근은 일주일에 한번 정도 돌아온다. 부서별로 서열 상 중간 정도 되는 연차 기자가 보통 야근표를 짠다. (그게 나다.) 많은 경우 한달 단위로 짤 것이다. 이 바닥 일이 워낙 예측하기 어려워서 장기 단위로 짜면 소용이 없게 되기 쉽다.

야근은 보통 내근을 동반한다. 우리의 경우 3시쯤까지 회사에 들어가서 내근을 한다. 내근자가 하는 일은 부서마다 크게 다르진 않다. 내근은 앞선 글에서 기사출고부터 초판 마감까지의 시간에 하는 일이다.

  1. 사진설명
    내근자의 역할 중 5할 이상은 사진설명 쓰는 일이다. 앞서 설명한 편집국장과 사진부장, 편집부장의 사진회의 뒤 면별로 들어갈 사진이 결정되면 흑백으로 인쇄한 사진들이 소관 부서에 전달된다. 적게는 2~3장이고 많으면 10장이 넘어가기도 한다.

  2. 대장 관리
    '대장'이 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대장은 신문의 각 면을 축소인쇄한 용지다. 편집이 어느정도 끝난 면은 A3 사이즈로 출력돼 각 부서에 면당 2장씩 전달된다. 그럼 내근자는 기사가 잘 들어갔는지 사진설명은 맞게 앉혔는지, 제목이 이상한 건 없는지 등을 살펴 본다. 데스크가 보는 것을 보조하는 식이다. 데스크에서 OK가 나면 그걸 편집기자나 편집제작부에 전달한다. 모든 면에서 출고부서와 교열부, 에디터들(부국장급)의 OK가 나오면 최종 마감이 된다. 그러면 앞선 글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편집제작부는 지면의 모든 정보를 윤전부로 전송하고 판을 닫는다. 이걸 '강판'이라고 한다.

강판이 되고 나면 내근이 끝난다. 윤전기가 돌아가기 시작한 시간, 초판 첫번째 신문이 나온 시간과 마지막 신문이 나온 시간이 제작파트에서 편집파트로 보고 된다. 자꾸 앞선 글 내용을 언급하게 되는데 거대한 윤전기는 매번 돌아갈 때마다 '영점조정'이 필요하다. 신문을 찍어내면서 흑백잉크와 각 색 잉크의 초점이 맞춰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나온 신문은 상품가치가 없기 때문에 폐기하거나 일부 후반부에 나온 봐줄 만한 신문은 직원들이 이후 업무에 사용한다.

내일 신문이 오늘 오후 6시에 나왔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우리 회사는 신문을 총 3번 찍는다. 초판 신문은 제주, 호남, 충청 지역으로 배송된다. 2판은 영남, 강원으로, 종판은 서울, 수도권에 배송된다. 딱 세번 밖에 안 찍으면서 1,2,3판이라고 안 하고 5,10,20판이라고 부른다. 다른 신문사도 그렇게 각 판의 호칭 숫잘 뻥튀기한다.

초판 신문이 나오면 이걸 들고 부장들은 또 회의에 들어간다. 이 때가 대략 오후 6시 40분쯤. 초판에서 고쳐야 하는 부분과 고쳤으면
하는 부분, 일부 기사들에 관한 품평과 손질, 밤 상황에서 예정된 기사들이 논의된다. 회의는 그렇게 길지 않다.

7시 안팎으로 회의가 끝나면 야근자가 아닌 사람은 퇴근한다. 정치부, 사회부 같은 부서는 부장이 항상 10판(2판)까진 야근을 한다.
편집국장은 매일 20판(종판)까지 야근을 한다는 것을 국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대체로 주요 부서는 야근자가 상원과 하원, 쉽게 말해 사수와 부사수(쉽지 않나?) 2인조로 이뤄져 있다. 정치부 상원 야근자는 6시쯤 회사로 들어온다. 부장급 이상은 돌아가며 '야간국장'을 맡는다. 밤 상황에 편집국장을 역할을 대행하는 것이다. 군대로 치면 당직사령 같은 거다.

우리신문의 경우 오후 8시가 10판(2판) 기사 마감이다. 배송망이 강력하지 못한 마이너신문이라 타사에 비해 빠르다. 가급적 이 때까지는 기사를 보내야 한다. 편집부는 3인으로 구성된 야근조와 야근조가 아니면서 10판까지 야근을 지원하는 2명이 남는다. 초판과 같이 한시간 정도 편집과 제작 작업을 거쳐 10판이 나온다.

각 취재부서의 야근자들은 오후 8시까지는 저녁을 먹고 들어와서 부서별로 할당된 채널의 저녁뉴스를 체크해야 한다. 체크한 것을
해당 물먹은 부서와 우리 상원 야근자, 야간국장에게 뽑아서 준다. 방송뉴스의 단독기사, 즉 우리가 물먹은 기사나 의미있는 기획기사를 정리해서 우리 부서의 경우 KBS를 체크하다가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이후 JTBC를 보게 됐다. 자기들이 단독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옥석을 가려내기 힘들었는데 국감 기간에 접어들며 진짜 단독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

10판이 강판되면 종판인 20판을 준비한다. 종판 기사 마감은 오후 10시다. 취재부서 야근자는 별 일 없으면 11시쯤 퇴근할 수 있다. 이후 상황은 웬만하면 인터넷이나 지면서비스 프로그램용 PDF에만 반영한다. 반영할 것과 버릴 것들을 판단하기 위해 편집부 야근조장과 야간국장, 상원 야근자급 1명이 12시까지 남는다.

늦은 밤 상황에 예정된 기사나 늦게까지 벌어지는 이벤트에 관한 기사, 아니면 진짜 중요한 사건이 밤중에 터지면 '돌판'을 찍는다. 이건 마감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20판 신문을 찍는 윤전기가 멈추기 전까지 최대한 빨리 지면에 반영해서 서울에 가는 신문에 싣는 것이다. 이마저도 11시 30분까지 기사를 보내지 못하면 몇 부 건지지 못한다. 즉 일반 야근자는 11시 30분이면 퇴근한다는 얘기다. 판매망이 좋은 메이저 신문들은 오전 1시에 일어난 일도 종판 종이신문에 찍혀서 나온다. 부럽진 않다.

야근자는 다음날 집에서 발제를 하고 오전 11시까지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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