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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bymaker]춘향전의 작자가 양반일 리가 없는 이유 그리고...

또다시 천안함보고서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하려다가 그냥 그만두기로 했다. 열린 귀는 들을 것이요 닫힌 귀는 내 능력으로는 열 수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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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과 같은 고대소설은 호풍환우하는 초자연적인 장면 묘사와 함께 우연한 사건의 연속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이 특징이다. 길동은 철천치 원수를 그야말로 뜬금없이 만나서 칼로 '버힌다'. 필연적인 사건의 전개는 고대소설에선 그렇게 필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천안함 보고서는 고대소설과 같다. 기막힌 우연의 연속이다.

  • TOD는 천안함 침몰 당시의 모습을 우연히 찍지 못했고
  • 46명의 희생자 중 실종자를 제외한 모든 사망자의 사인이 우연히 익사이고
  • 소나도 없는 쌍끌이 어선이 우연히 1번 어뢰의 추진체를 발견했고
  • 50일만에 바다에서 건져올린 추진체는 우연히 침식이 급속도로 진전되어서 마치 6개월 이상이나 된 것처럼 보였고
  • 미해군은 제3부표 자리에서 우연히 인명 구조 훈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준비가 사람들은 아무런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1987년 박종철군의 고문치사 사건 때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정부 발표도 그대로 믿은 사람이 있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이러한 우연의 연속이 현실화될 확률이 얼마냐 되냐고 의심을 품는 것 또한 잘못된 일은 아닌 것이다. 빨간 썬글라스를 끼면 전부 빨갛게만 보인다.

춘향전은 홍길동전과는 달리 작자가 미상인 작품이다. 학계에서 작자가 양반은 아닐 것이라고 추정하는건 소설의 내용이 양반 사회의 부패를 고발하는 개혁적이라는 것인데 그것은 허균이 쓴 홍길동전이 춘향전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기 때문에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필자가 보기엔 작자가 양반은 아니라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이몽룡의 금준미주시에 있다. 이 시는 변학도의 생일날 거지로 변장하고 들어간 어사 이몽룡이 쓴 것으로 추상같이 엄하게 탐관오리를 꾸짖는 내용이다. 7언절구(한행이 7자로 되어있는 4행의 한시) 형태(?)로 되어있는 이 시는 변학도의 호화스런 생일잔치를 실감있게 묘사하면서도 홀수, 짝수행의 댓구가 절묘하여 인구에 많이 회자된 바 있는 유명한 시이다.

金樽美酒千人血(금전미주천인혈)
玉盤佳肴萬姓膏(옥반가효만성고)
燭淚落時民淚落(촉루락시민루락)
歌聲高處怨聲高(가성고처원성고)

금 술잔의 맛좋은 술은 천사람의 피요
옥쟁반에 담긴 기름진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대에서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들의 눈물 또한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하는 소리 또한 높구나

참으로 멋지지 않은가?...

하지만 한시(漢詩)를 조금만 알아도 이 금준미주시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7언절구는 1,2,4행의 각운이 맞아야 한다. 2행과 4행의 끝자는 이지만 1행의 끝자가 이기 때문에 각운이 전혀 맞지 않는 것이다. 만약 작자가 양반이라면 절구의 각운을 맞추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시의 내용이 아무리 좋고 댓구가 아무리 절묘해도 형식이 맞지 않으면 시가 안된다. 그렇게 교육받은 것이 양반가의 자제들이다.

춘향전은 비록 작자를 알 수 없어도 전달하는 바가 명확하다. 반면 천안함보고서는 작자도 분명하고 의도도 확실히 알겠는데 그 내용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