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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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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려주세요.

나는 이 말을 들을 때 마다 참 난감해진다. 그렇다고 쉽게 수긍하기에는 사실 그림은 생각보다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고 또 그냥 인사치레같은 걸로 생각하기에 내게 약속의 무게는 무겁다. 지키지 못했을 때의 실망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절하기에는 괜스레 미안해지는 요청이기도 하다. 상대방이 넌 쓱싹쓱싹 잘 그리던데 그거 뭐 어렵다고 거절해? 라고 생각할 수도 혹은 다른 사람은 그려주면서 왜 난 안그려줘라며 섭섭해 하기도 했던 전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은 에둘러 다른 말을 하기도 한다.

오늘 스팀잇을 보다가 대문 그림을 요청해도 되냐는 댓글에 그림 그리시는 어떤 분이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서 페이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하자 알려줘서 감사하다는 댓글을 단 것을 보았다. 내역을 보니 결국 신청하지는 않은 듯하다. 이쁘지만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까운 무형의 가치물이기 때문일까. 상냥한 말로 받고 싶은 공짜 그림이지만 돈을 줄만큼의 값어치를 하지 않는걸까. 본인이 아니기에 섣부르게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이건 나도 생각해본 내용이기도 하다. 컨텐츠의 가치에 왜 우리는 그렇게 아까워 할까.

사실 컨텐츠에 많은 사람들은 소비하는 것을 아까워 한다. 게임, 드라마, 만화 등등.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공짜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데 바보같이 돈을 내고 한다고 비아냥 거리기도한다. 그런데 보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아까워 하지 않는다. 값비싼 프로젝터와 영화관의 푹신한 의자를 제공해 주기 때문일까. 이런 것들은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하드웨어적이다. 결국 우리는 유형의 가치에 돈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시 여기는데 비해 무형의 가치에 지불하는 것엔 익숙치 않은 모양이다.

심지어 무료로 사용했던 적이 있어서 더 아까운 기분도 드는 것 같다. 예전에는 충분히 무료였고 서비스였는데 갑자기 유료로 전환되니 더 아깝게 느껴진다. 공짜였던 물을 사먹는 느낌과 비슷하려나. 더군다나 서비스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 할 수도 있겠다 싶다. 식당에서도 서비스로 반찬을 주는 것이 우리네 문화이니 말이다. 그래서 불법다운 수가 우리나라가 제법 높은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한동안 우리나라에만 출시를 하지 않겠다는 게임들도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이용하고 있는 스팀잇은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코인에서 시작했다. 블록체인이 어마무시한 기술이라고 투자한다는 사람들도 많다. 스팀이 지금 이 정도 가치를 지니는 것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 가치가 유지되기 때문에 우리는 스팀잇으로 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에서 실체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붙인 이름인 가상화폐와 코인은 같은 말이다.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 무형의 가치를 사는 것을 아까워 하면서 무형의 가치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

그래도 내가 희망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나는 우리가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에 대해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과거에 우리가 공짜로 누렸던 것들에 대해 요새는 응당 값을 지불하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다. 게임 플랫폼인 steam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게임을 돈 주고 사는 것에 대해 더 익숙하게 했고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드라마와 영화를 보기 위해 넥플렉스도 결제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점점 우리는 무형의 가치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림 또한 얻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치를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사실 그림이 하나 나오기 위해서는 쉬워보이지만 사실 그 사람의 시간과 노력의 결과가 필요하다. 그 하나의 작품에 들인 시간 뿐만 아니라 그 작품이 그렇게 나올 수 있게 그 사람이 수없이 들였던 시간과 노력까지 포함해서 필요한 것이다.

이와 비슷한 피카소의 일례가 있다. 길거리에서 피카소에게 그림을 초상화를 그려달라며 돈은 얼마든지 준다는 여성이 있었다. 그림을 그린지 5분 정도가 지난 뒤 피카소가 여자의 초상화에 비싼 금액을 제시했다고 한다. 여자는 왜 그렇게 비싸냐며 반문했다.

그리는데는 5분이 걸렸지만, 이렇게 그리게 되는데 20년이 걸렸습니다.

어서 빨리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시간의 가치를 쉽게 보지 않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