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시편 헤어지는 중입니다

이방인 시편
헤어지는 중입니다

장성호

서초 고속도로변 오솔길
모퉁이에 널부러져 있는 한 여자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듯이
혼잣말을 한다
오월 내내 찾아온 그 사람의 뜨거운
눈길 속에서 붉은 입술 내밀고 꼿꼿하게 고개 들었지요
푸른 유월이 오자
죽도록 사랑해서 후회없이
헤어지고 보내준다는 그 사람의 말을 철석 같이 미련하게 믿었지요
그녀는 이제 그 사랑 때문에 너무 힘이 든다
잔인한 거짓말을 한 그 사람보다
더 행복해야 한다고
절대로 뒤돌아 보지 않겠다고
가슴속 울분을 토해낸다
그녀는 햇살에 눈이 부셔 눈을 감고 만다
흐르는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가까스로 몸을 세우려 하지만
휘청거려 똑바로 설 수 없다
그 양귀비 같은 얼굴도
얇은 종이처럼 구겨져 버린다
그녀는 흐느끼며 말한다
그 사람 없는 나는 어떻해 사나요
저기 길 모퉁이
바람에 날리는 메마른 장미꽃
이은미가 부르는 노래
'헤어지는 중입니다'처럼 이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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