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시편
비틀비틀
장성호
서초 고속도로변 오솔길
숲속에 어둠이 짙게 내려앉는다
오렌지 불빛 가로등 아래 한 여인이 우두커니 앉아 한 남자를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그녀 머리 위에는 낙엽들만 수북하다
그 어느 날 비틀비틀거리며 수염 덥수룩한 한 남자가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
밤이 새도록 서로 말을 마구 섞었다
그녀는 그때를 떠올린다
비틀비틀 고독에 취한 그대의 눈빛에 나는 그만 무너져버렸지요
나는 마지막 사랑인 것처럼 가슴으로 뜨겁게 그대에게 말을 건넸지요
내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모두 사라지던 어느 날
그대는 내 곁을 떠났지요
그녀는 허공을 바라보며 묻는다
그대는 아시나요
내 사랑은 그 꽃들보다 더 진하고 향기롭다는 걸
오늘밤은 그대 생각이 더 나네요
그대의 팔 어깨 가슴을 보고 느끼고 안고 싶어요
어서 나에게로 와서 가슴으로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숲속 가로등 아래 나무벤치
오지 않는 그 사람을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다
휘파람 소리와 함께
이미배가 부르는 노래 '비틀비틀' 어디선가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