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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오늘 흥미로운 보도자료가 하나 날아왔습니다. 'CJ E&M, 터키 영화시장 판 흔든다’이라는 제목의 보도 메일입니다. CJ E&M이 터키 1위 제작사인 BKM과 2위 제작사인 TAFF와 손잡고 내년 6월까지 두 제작사가 제작하는 영화 25편을 투자·배급하기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CJ E&M이 한국 배급시장에서 매년 열편 남짓한 영화 라인업을 선보이고 있으니 25편이면 2년치 라인업에 해당되는 어마어마한 숫자죠. 이 보도메일에서 이번 터키 현지 영화 라인업 확보가 BKM과 TAFF라는 현지 유력 제작사와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두 회사는 터키 시장에서 꾸준하게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하고, 시장 점유율이 높은 회사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CJ E&M은 ‘검증된 이들 제작사의 작품들을 대거 배급하면서 터키 내수 시장과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을 동시에 노리겠다는 전략’입니다. 현재 터키판 <스파이>(감독 이승준, 2013), <수상한 그녀>, <공조>(감독 김성훈, 2016)를 기획·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5월 한국 콘텐츠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터키에 영화·제작·투자·배급 법인인 ‘CJ엔터테인먼트 터키’를 설립한지 거의 1년만에 내놓은 성과인데요. 이처럼 CJ E&M이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건 터키뿐만이 아닙니다.


(CJ E&M이 현재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

CJ E&M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중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 자사가 가진 판권(E-IP)을 현지 문화에 맞게 각색해 현지 제작사나 감독과 함께 공동 제작하는 경우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에요. 베트남에서 <퀵>(감독 조범구, 2011)과 <형>(감독 권수경, 2016) 두 편을 리메이크를 준비하고 있고요. 인도네시아에서 <써니>(감독 강형철, 2011)의 리메이크를 기획·개발하고 있습니다. <써니> 일본판 리메이크 영화는 현재 후반작업하고 있고, 올해 8월 일본에서 개봉합니다. 미국에서 타일러페리 스튜디오와 함께 '수상한그녀'(감독 황동혁, 2014)의 영어버전을, 3Pas 스튜디오와 함께 스페인어버전의 리메이크를 준비하고 있죠. <써니> 리메이크 버전의 시나리오를 각색하고 있고, <숨바꼭질>(감독 허정, 2013) 리메이크 버전의 시나리오를 작업하고 있습니다. 원천 콘텐츠(E-IP)의 거래가 국경을 활발하게 넘나들면서 한국영화의 리메이크도 덩달아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CJ가 해외로 나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룹의 캐치프라이즈입니다. 기본적으로 CJ는 문화 사업을 미래의 먹거리라고 생각합니다. 2015년 9월2일 CJ 인재원에서 열린 ‘문화 사업 20주년 미디어 세미나’에서 CJ그룹 이채욱 부회장은 “조선, 철강 같은 전통 제조업이 신흥국의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는 미래의 새 먹거리 산업이다. 앞으로 6년 동안 10조원을 문화 사업에 투자해 문화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톱10’으로 도약하겠다”고 공언했었죠.

그 다음날인 9월3일 저는 정태성 CJ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인터뷰했었는데 그로부터 CJ 해외 사업 전략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백두대간에서 예술영화의 해외 세일즈를 시작해 부산국제영화제 PPP 수석운영위원, 제작사 제네시스 픽처스 대표, 쇼박스 대표이사(2003~2008)를 거쳐 2012년 2월 CJ E&M 영화사업부문 해외사업당당 상무로 CJ 생활을 시작한 뒤 그해 6월부터 지금까지 6년째 CJ E&M 영화사업부문 대표로 재직 중인 그입니다. 그때 제가 그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었죠.

-CJ가 다른 투자배급사와 다른 점 중 하나는 지난 20년 동안 해외 시장을 꾸준히 개척해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 영화를 해외에 판매하는 건 단순한 로컬 비즈니스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그걸 글로벌 비즈니스라고 하지 않는다. CJ는 중국 진출한 지 7, 8년째다. 미국도 그 정도 되고, 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개척한 건 3년 정도 됐다. 다른 기업들에 비해 해외 사업에 먼저 눈뜬 셈이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이유가 단순히 내수 시장의 한계가 있으니 그걸 돌파하기 위한 출구로서의 전략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

=돌파구로 삼으려면 굉장히 비용 효율이 높은 걸로 가면 되는데. 이건 장기적인 베이스캠프 차리고 시작한 거라 그만큼 실수도 많다. 한국영화를 파는 건 실수라는 게 없다. 사면 팔고, 안 팔면 그만. 벌 것도, 손해볼 것도 많이 없다. 해외 진출을 왜 하냐고? 비전이 있잖나. CJ가 문화 사업으로 꾸는 꿈, 꿈의 사이즈에 맞는 오퍼레이션을 하자.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에 따라 공부 방법이 다르듯이 해외 사업 역시 궁극적으로 안착하고자 하는 목표가 어디인가에 따라 다르다. 그게 무엇인가.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으로 가고싶다는 것. 그러려면 최소한 아시아 넘버1이 돼야 하지 않겠나.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니까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게 비전인 거다.

그 다음해인 2016년 1월 당시 CJ E&M 영화사업부문 권미경 한국영화사업본부장을 인터뷰했었는데 그 또한 정 대표와 비슷한 말을 했었어요.

-'수상한 그녀'가 중국('20세여 다시 한번'), 베트남('내가 니 할매다')에서 새롭게 개발돼 흥행했다. 올해 4월에는 일본에서도 개봉된다. 하나의 아이템(IP)을 각기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개발해 선보이고 있는데. =직원들이 예전에는 내수시장만 생각했는데 이런 사례들을 경험하면서 시각이 넓어진 것 같다. 우리가 만든 말이긴 하지만, ‘원 소스 멀티 테러터리’(One Source Multi Territory) 전략을 통해 해외 매출액이 국내 매출액을 능가하는 게 2020년 목표다. 그게 미래의 새 먹거리 산업인 문화에 임하는 우리만의 경쟁력인 것 같다.

두 사람의 말을 고려했을 때 CJ에게 해외 시장 진출은 그룹의 비전이나 DNA 같은 거라고 할 수 있겠어요. 이유를 불문하고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거죠.
CJ가 밖으로 밖으로 눈을 돌리는 또 다른 이유는 결국은 내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현재 IPTV, 모바일 등 부가판권시장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극장 매출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영화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가 된지 오래 됐죠. 게다가 신규 투자 자본이 몰려드는 까닭에 해마다 라인업 확보 경쟁이 치열합니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거죠. 어쨌거나 CJ가 뿌린대로 거둘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