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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이야기] 문문 '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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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는 테이블은 하나 밖에 없고, 나머지는 모두 커다란 통유리 창을 바라보고 나란히 앉도록 되어 있는 카페였다. 그래봤자 앉을 수 있는 자리라고는 10자리도 채 되지 않는 조그마한 카페였다.

그 날도 어김없이 지친 날이라, 그 집의 대표 메뉴인 아인슈페너를 시켜놓고 마음에 드는 통유리 창을 바라보며 '비가 오면 참 좋겠다'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선곡이 좋았다.
커피도 마시지 않고 그냥 잔잔한 노래들을 들으며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차피 내 표정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참 깔끔한 목소리의 노래가 흘러 나왔다.
목소리와 담백한 피아노 반주가 가사를 신경 써 듣게 했다.

내 목에 줄 세 개
내가 살아온
그 때에 느낀 생각
위로 풀었지 빈틈도 없이 가득
파란 빨간 초록 물감으로...

'내 목에 줄 세 개? 무슨 말이지? 문신을 말하는 건가..'
그렇게 문문의 '물감'이라는 노래를 만났다.

내 목에 줄세 개
내가 살아온
그 때에 느낀 색깔
두고 두고 담아왔던 생각
위로 풀었지 빈틈도 없이 가득
파란 빨간 초록 물감으로

엄마는 남이었지 불러본 적도없이
편안할 맘이 없어 불편했던 아이었지
그 흔한 조명 없이 밝았던 아이었지
대부분 열이 붙던 내 나인 파랑이었지

내 목에 줄 세 개
내가 살아온
그 때에 느낀 색깔
두고 두고 담아왔던 생각
위로 풀었지 빈틈도 없이 가득
파란 빨간 초록 물감으로

이 별로 취해야지 저 별로 날아가지
하루를 별일 없이 사는 건 바보같았지
낮에는 노랠했지 밤에는 주정했지
뜨겁던 스물일곱 여름은 빨강이었지

내 목에 줄 세 개
내가 살아온
그 때에 느낀 색깔
두고 두고 담아왔던 생각
위로 풀었지 빈틈도 없이 가득
파란 빨간 초록 물감으로

밤을 걷지 그리운 일을적지
좋아서 걷는거고 불안해서 적는거지
사실은 잘모르지 어떻게 살아갈지
적당한 어른이고 아프면 작아지겠지
감았던 눈을 뜨면 남은 건 초록이겠지

내 목에 줄 세 개
내가 살아온
그 때에 느낀 색깔
두고 두고 담아왔던 생각
위로 풀었지 빈틈도 없이 가득
파란 빨간 초록 물감으로

문문의 노래는 자전적인 가사가 많다. 그래서 더 와닿는다. 더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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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속 '줄 세 개'는 문문의 목에 있는 문신을 말한다.
그는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색깔로 몸에 새겼다.

우울했던 처음 10년은 파란색,
열정적이었지만 불안했던 그 다음 10년은 빨간색,
세번째 10년은 우울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은 편안한 초록색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모님의 이혼 후 아버지와 살았고, 직업 군인을 그만 두고 진짜 꿈인 가수가 되었지만 앨범 제작비를 벌기 위해 중식당에서 일해야 했고, 식당의 손님으로 온 아이유에게 자신의 곡을 들어봐 달라며 쪽지를 건네 그의 곡이 대중에게 알려지기까지 겪었을 그의 삶이 담담한 목소리로 전해져 온다. 그리고 내 삶도 파랑이고 빨강이었을 지라도, 이제 초록일 거라고 위로해 준다.

자려고 누운 사람의 귀에 둔 이어폰에서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노래를 만듭니다. (...) 그냥 나긋나긋 제 이야기를 합니다. 음이 있는 저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본다는 생각으로 들어주세요.

앨범 속에 남긴 그의 말처럼 그의 모든 노래가 담백하다.

아이유에게 건넸던 그 노래, '비행운'이 차트 역주행 중이란다. 그래서 여기 저기서 반갑게 그의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한번쯤 '비행운'이라는 노래를 들어 보았다면,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좋았다면
이 노래도 한 번 들어보길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