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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s 100] 한국형 귀족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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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익부 빈익빈이 극에 달하고 있는 한국 사회가 처음부터 그랬을까요? 이게 일제시대로부터 이어진 친일청산이 안되어 그런 걸까요? 서민들은 한 번도 기회를 갖지 못했던 걸까요? 우리 집안은 대대로 개돼지였을까요? 이 생존게임은 처음부터 불공평했을까요?

게임의 시작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38선으로 갈린 남북한 사회는 서로 다른 길을 가기 시작합니다. 빠르게 공산주의 사회로 정착한 북한과 달리, 남한은 좌우익이 치열한 대립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좌우익의 대립을 지금의 관점으로 보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습니다. 이념에 대한 판단이,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한쪽 방향으로 편향되거나, 공산사회의 붕괴 같은 것을 미리 예측할 수 없었던 시점이니.. 아마도 지금의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각과 비슷할 수도 있겠습니다.

무언가 새로 시작되는 사회에서 이념은, 양쪽이 다 처음 해보는 미지의 것이었을 겁니다. 그러므로 당시의 체제 경쟁은 지금의 암호화폐 찬성론자들과 반대론자들의 대립에 따따블이었을 거예요. 공산주의냐? 자본주의냐?는 암호화폐를 인정할 것이냐? 차단할 것이냐? 이상으로 예민하고 불확실한 선택의 조건이었을 거란 말이에요.

그 와중에 북한은 소련의 군정에서 빠르게 권력을 이양 받아, 먼저 주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1946년 바로 토지개혁을 단행합니다. 20일 만에 완수된 토지개혁의 핵심은 무상몰수 무상분배였어요. 친일파의 재산은 모조리 환수하고, 기존 지주들에게는 5ha만 인정하고 모두 몰수하였어요. 그마저도 직접 농사을 짓지 않는 땅은 모두 몰수하였답니다. 1950년대 중반 집단농장 체제로 전환되기 전까지, 10년 동안은 사유재산제로 운영되었으니 당연히 농민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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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서 3년 늦은 1949년, 토지개혁을 단행합니다. 당시 미군정은 토지개혁을 뒤로 미루고 있었는데, 북한의 토지개혁 소식이 남한 농민들에게 전해지자 당연히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결국 이승만 정권은 '무상몰수 무상분배'가 아닌 '유상매입 유상분배'로 1949년 6월 관련법령을 통과시킵니다. 그리고 1950년 4월 본격적인 토지분배가 시작되었고, 5월에는 토지장부 열람이 개시되어 드디어 농민들이 자신들의 토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6월, 무슨 일이 일어났죠?

전쟁의 아이러니

6.25 한국전쟁.. 당시 북한 정권은 한국전쟁에서 농민들이 대거 자신들의 편을 들며 호응해 줄 것이라 믿고 자신만만하게 내려왔어요. 왜냐하면 자신들은 지주들의 폭압에서 농민을 구원해 줄 농민 해방군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건 웬걸.. 농민들이 도리어 전사가 되어 자신들에게 반기를 든 겁니다. 왜냐구요? 이제 겨우 내 땅이 생긴걸요. 내 땅을 지켜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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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미 소련이 집단농장 체제로 전환한 터라, 북한도 언제 사유지를 집단농장 체제로 전환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어요. 당연히 태어나 처음으로 내 땅을 가지게 된 농민들이 기를 쓰고 전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음.. 이건 어떤 심정일까요? 1일 1포스팅하며 간신히 모은 스팀이 만 배가 되었는데, 정부가 불법이라며 압수하려 든 것 같은 게 아닐까요? 온누리상품권이랑 바꿔주겠다며 말이죠.

어쨌든 전쟁은 준비 없이 당한 남한에 불리하게 전개되었고, 전선은 낙동강에 걸쳐지게 됩니다. 그 과정에 북한군은 남한을 쳐내려오며 어떤 일을 벌였겠어요? 당연히 지주계급들을 처단하면서 남하하고 있었죠. 그 얘기는 결국 낙동강 전선 이남의 영남 지방을 제외하고, 다른 지방의 지주계급들이 모조리 처단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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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유상몰수 과정에서 지주들은 지가 증권으로 지대를 보상받았는데, 이게 전쟁으로 말미암아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모두 휴지조각이 되어버렸어요. (100원짜리가 5원짜리가 되었다고 해요)

특히 호남지역 지주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 전쟁 와중에 북한군에 의해 처단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진 증권도 당장의 피난 자금 등으로 헐값에 거래되어 결국 재산을 탈탈 털리고 말아요.

당시 국가가 농민들에게 불하한 토지는 유상분배를 조건으로 5년 동안 소출의 30%를 국가에 세금으로 내고 있었으니.. 여러모로 국가의 재정만 늘어나고, 가치가 하락한 지가 증권은 살아남은 영남지역 기업가들에게 적산 불하와 함께, 하락한 가격 그대로 통용되게 해줌으로써 남한에 신흥 영남 귀족이 탄생하게 하는 배경이 됩니다.

살아남은 자들의 연대

낙동강 이남의 영남 지방은, 실은 조선 왕조 500년 동안 정권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온 영남학파 남인들의 본거지였어요. 그들의 한이 풀어질 시기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천운은 한국전쟁의 한복판에서 영남 지방만을 남겨두었고, 살아남은 자들은 한국의 신흥 귀족이 되어 현대 한국사의 기득권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물론 한국 사회 전반으로는 토지개혁과 한국전쟁으로 전례 없는 평등국가를 이루게 되었어요. 대대로 농민들 등골을 빼먹던 지주계급이 사라졌고, 농민들은 자영농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 자영농의 자손들이 논팔고 밭팔아 대학에 진학하고, 산업 성장의 주역으로 등장하게 되었죠.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해요. 지방 토호 계급이 발호하며 산업화의 큰 장애물이 되는 게 일반적인 예인데, 한국전쟁은 오히려 사회를 평등하게 만들어 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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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렇게 모두들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으련만.. 한줌 살아남은 그들은 말이죠. 우리가 그리 청산하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는.. 죽음에서 살아남은 그 한 줌의 친일파 영남 귀족들 말이죠. 그들은 소위 TK 그룹으로 성장하여 남한 사회를 다시 계급사회로 돌려놓는 혁혁한 전과를 세우게 되는 거예요.

뭐 굳이 일일이 열거를 하지 않아도, 김대중 1명에 불과한 호남 출신 대통령.. 그리고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장기집권하며 세력을 불려온 경상도, 그리고 TK 그룹은 빠르게 한국 사회의 정, 재계를 장악하고, 언론과 학계를 길들여, 누구도 깨기 어려운 철옹성을 구축해 가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민들, 서민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요? 자기 앞에 놓인 가문 최초의 자기 소유 토지를 지키고, 한강의 기적에 콩고물을 어떻게 하나라도 더 먹을까 혈안이 되어, 살아남은 자의 연대를 이루어 가는 데 소홀하게 된 거예요.

그 결과는 그들의 후손인 이 젊은 세대가 모조리 끌어안게 되었죠. 결국 우리 가족, 우리 집안, 우리 가문 잘 살아보자고 무한 경쟁 땅따먹기에 뛰어들었는데, 그 결과는 후손들을 빈민층으로 떨어뜨리고 마는 아이러니한 결과로 귀결된 거예요. 그들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어쨌든 열심히 살았거든요. 그래서 자꾸 이런 소리만 합니다.

노오오오오력을 하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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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국토에.. 모두가 동시에 출발선에 섰던 그때와 달리, 깎아지른 철옹성 장벽 밖에서 개미떼 같은 경쟁을 뚫고 간신히 기어 올라가고 있는 사다리마저 걷어차인 이 저주받은 세대에게 말이죠.

자기 땅, 자기 소유를 가진 것..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폐허 위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도록 최선을 다한 것.. 잘한 일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힘, 자신의 노력, 자신의 투쟁으로 얻은 땅이 아닌.. 국제정치와 예측 불가능한 전쟁통에 얻게 된 어부지리가 온전한 내 것이 되려면.. 수도 없이 당해 왔던 그 기득권의 불합리함에 영합할 것이 아니라, 다시 반복할 수는 없다며 철저히 감시하고 깨어서 연대하며 지켜냈어야 하는 겁니다. 시스템 말이죠. 국가 시스템.. 정치 시스템 말이죠.

그들 책임일까요? 그들은 단지 살아남으려 했을 뿐이요. 그리고 그게 운이든 실력이든 살아남았고.. 살아남았다고 안주하지 않았어요. 다시 자신들의 세상을 만들었죠. 몇 십 년 만에 말이죠.

그걸 한 줌 남은 영남 귀족들에게 홀라당 바칠게 아니었습니다. 4.19도 5.18, 6.10 도 있었지만 그것이 시스템의 변화로까지 흘러가지 못한 건 결국 모두의 속셈 때문이었습니다. '나만 아니면 돼', '내 자식만은..' 이걸 그들이 간과할 리 있겠습니까? 전쟁 통에 모두 죽을 뻔했는데요? 모조리 빼앗길 뻔했는데요? 그럴듯한 댓가와 겉만 번드르르한 자리면 없는 자들의 연대쯤은 쉽게 깨버릴 수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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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하나 꽂을 땅이 없을 만큼 부패가 심했다던 고려 권문세가를 혁파하고, 혁명적으로 들어섰던 조선도, 토호들의 격렬한 반대로 이만한 토지개혁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세계 어느 국가도 이렇게 일거에 평등사회를 구현한 예가 찾아보기 드물다고 합니다. 그런 기회를 우리는 어쩌다 홀라당 원상복구 시켜 버렸을까요?

촛불로 대통령도 끌어내릴 수 있는 잠재력은 왜 지난 세월 동안 삶의 구석구석, 사회 현장의 한복판에서 드러나지 않고 있었던 걸까요? 우리는 왜 자꾸 무력하다고 스스로를 한계 짓고 있을까요?

전쟁이라도 함 나야 할까요? 그걸 기대하는 겁니까?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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