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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많은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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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가장 강력하지만 가장 무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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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를 표현하기 위해 산다. 어떤 이는 말로, 어떤 이는 글로, 어떤 이는 영화나 그림으로, 또 어떤 이들은 음악으로도 자신을 표현한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타인에게 자기를 드러낸다. 이로써 타인과 자기의 다름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정체성을 찾고, 관계를 맺는다. 살아있는 사람이 자기를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 중 가장 강력하지만 동시에 가장 무력한 것이 자살이라는 것을 영화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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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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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영화는 죽음이 남은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특히 자살은 관계 맺은 모든 사람에게, 가까운 관계를 맺은 사람의 삶을 뒤틀어 놓는다. 극 중 경민은 자살했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자신의 부재를 선택한 것이다. 경민이 사랑하는 영희와 엄마가 자신의 부재를 통해 자신의 사랑을 느꼈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 ⠀⠀⠀⠀⠀⠀⠀⠀⠀⠀⠀⠀⠀
경민의 죽음 이후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역시 영희와 엄마다. 그리고 경민의 담임선생님과 반 친구들, 그리고 학교 관계자들. 경민과 친밀했던 정도와 관계없이 이들의 반응은 한 가지다. ⠀⠀⠀⠀⠀⠀⠀ ⠀⠀⠀⠀⠀⠀⠀
"니가 그렇게 만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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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민이 자살한 이유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경민의 주변 사람들은 경민이 자살한 것의 책임이 영희에게 있다고 떠넘긴다. 경민의 엄마, 한솔과 반 친구들, 담임 선생님과 담당 형사 모두 직간접적으로 영희에게 책임을 추궁한다.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 영희는 책임을 다시 모두에게 돌리기 위한 방법으로 결국 같은 선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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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자살은 강력한 표현이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무력한 것이 분명하다. 경민은 결국 자신의 표현에 대한 영희의 대답을 듣지 못했으며, 어쩌면 있었을지도 모르는 엄마와 반 친구들에 대한 분노를 자기에게 돌렸다. 경민의 자살은 "충동"적으로 이루어 진 것으로 결론이 나버렸고, 경민을 자살로 이르게 했을 수많은 이유들과 감정들은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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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용에서 벗어나, 영화 자체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완벽한 영화는 아니었다. 시나리오나 편집의 어색함이 보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어두운 느낌이 좋지만은 않다. 또 음악감독 선우정아의 음악이 과하게 예술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분위기와 연출을 통해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었을 것들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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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이 끼치게 좋았던 것은 연기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기도 했겠지만, 연기 디렉팅이 영화의 분위기와 완벽히 맞아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다 보면 [한공주]가 떠오르는데, 전여빈 역시 이 영화를 통해 천우희의 계보를 잇는 믿고 보는 연기자의 반열에 들어갈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