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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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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네이버 글감검색>

이외수 작가님의 책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외수 작가님의 에세이를 좋아합니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에세이집도 그렇지만, 이 책도 '정태련' 이란 분의 그림 삽화와 함께 집필된 책이네요.

"이외수가 쓰고, 정태련이 그리다" 마치 책에 대한 인장같은 문장입니다.

책 본문에 언급된 걸 보고 알게 됐는데, 그 사이 이외수 작가님이 위암으로 투병생활을 하셨던가 봅니다. 위 절제술을 받고 1년 넘게 병원신세를 지내셨네요. 다행히 이 책이 출간된 시점에는 8차 항암을 끝내고 안심할 정도로 극복이 되셨답니다.

책을 읽으며 군데 군데 등장하는 글에서 그동안 이외수 작가님이 사람들로부터 마음 고생을 많이 하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특히, 악플러들에게 받은 상처들이 꽤 있으신듯 합니다.

본문 중에 적힌 글 중에 "구상하고 있는 대표작 하나만 완성하고 돌아가신 아버지께로 가겠다"는 글이 있습니다. 이 부분을 읽는데 문득 '아 그렇구나, 이외수 작가님도 이제 연세가 많으시지.. 이제 이외수 작가님의 신간을 볼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70세가 넘으셨네요. 딱 저희 아버지뻘입니다.

파킨슨 병으로 투병하며 꾸준히 책을 쓰시는 '김혜남' 작가님의 신간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책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대부분 한 면은 세밀한 자연 식물 그림들이 나오며, 다른 한 면에는 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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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부터는 책 본문의 내용 중 기록해두고 싶은 문장들입니다.


치렁치렁하던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더니 거추장스럽지도 않고 기분도 상쾌하다. 그런데 한 달에 한 번씩 머리를 감을 때는 한 달에 한 번씩 머리가 가렵더니, 사흘에 한 번씩 머리를 감으니까 사흘에 한번씩 머리가 가렵다.

나는 글이나 책이, 읽는 이를 알게 만들고, 느끼게 만들며, 깨닫게 만든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아는 쪽보다는 느끼는 쪽이 더 낫고, 느끼는 쪽보다는 깨닫는 쪽이 더 낫다는 믿음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의도적으로 사투리나 비속어를 사용한다.

배고픈 이가 밥을 달라고 할때는 밥을 줄 수 있어야 하고, 목마른 이가 물을 달라고 할 때는 물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창고의 음식을 잔뜩 훔쳐 먹고 뒤룩뒤룩 살이 찐 쥐새끼들이 더 처먹겠다고 지랄발광을 떨어 대면 때려잡는 것이 상책이다.

실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실력을 과시하는 일을 즐겁게 생각하고, 실력이 탁월한 사람일수록 실력을 과시하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하루에 한 가지씩이라도 남을 위해 할 일이 있다는 사실에 기쁨과 행복을 느낀다. 남을 위해 한 가지도 할 일이 없는 존재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정말 견딜 수가 없다. 그건 내가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했다는 사실과 동일하니까.

오늘도 오늘의 태양이 떠올랐다.
늘 하는 말이지만 태양과 희망에는 임자가 없다.
가슴에 간직하고 요긴하게 쓰는 자가 임자다.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자주 쓰지만,
아는 것에 가려져 전체가 안 보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깨달음에 비하면, 안다는 단계는 참으로 부끄러운 단계다.

화폭에만 여백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생에도 여백이 필요하다.
여백이 곧 풍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