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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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일이 지나며 21만이었던 숫자는 100만이 되었지만 체감은 되지 않는다. 많은 계정들이 버려져 있다. 가입 후 활동이 전혀 없는 계정, 가입 후 활동을 하다가 모조리 출금하고는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 계정, 출금조차도 하지 않고 활동을 중지한 계정을 모두 합치면 몇개일까? 그 중에는 키를 잃어버려 영원히 잠들어 있을 계정도 많을 것이다. 가입인사의 평균보상이 높을 때는 가입인사만 올리고 사라지는 계정들도 있었다. 가입인사 보상들이 하나의 계정으로 모여서 출금되는 모습도 본 적 있다. 슬펐다.

버려지지 않은 계정들을 세면 사용자 수를 알아낼 수 있을까? 회원수가 체감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버려지지 않은 것으로는 부족하다. 어느 정도는 활동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버려지지 않은 계정 중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계정은 얼마나 될까? 그 중에서 자동화 되지 않고 순수하게 사람의 손으로 활성화 되는 계정은 또 얼마나 될까? 번역기를 거치지 않은 순수한 한글을 사용하는 계정은 몇개일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며,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현실에서와 같이 숨 막히는 질서에 따를 필요가 없는 공간이길 원했다. 하지만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이 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현실에서 느꼈던 역겨움을 그대로 느끼고 돌아갔다.

350일이 지났지만, 이 공간은 거의 그대로다. 시스템에 변화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나아진 점도 있고, 나빠진 점도 있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아니다. 그런 현실에, 자칫 비관에 빠질 수 있지만 나는 순간을 기억한다. 다양한 분야들로 가득한 피드를 읽는게 벅찼던 순간을. 과연 다시 올 수 있는 순간일까? 나는 재현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는가? 아니면 나도 고정된 공간에 못박혀 고정된 인간일까?

참 슬픈건 그 순간이 재현된다고 해도, 그건 나의 노력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사실이다. 나의 노력, 당신의 노력, 우리의 노력보다는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는게 중요하다. 과연 각각의 블럭체인들은 언제 공동체적 운명에서 벗어나게 될까? 그리고 공동체적 운명에서 벗어났을 때, 스팀의 자리는 어디일까? 그게 궁금해서라도 다음 350일을 또 보낼 수 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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