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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니의 인터뷰#27] 건배 안해요.

스물 : 저…팀장님…드릴 말씀이….

쟈니 : 응? 왜? 어디 아픈거야? 아님 무슨 일이라도….?

스물 : 저….개인적인 사정으로, 건배는 할 수가 없습니다.

쟈니 : 그래. 그렇게 해. 건배하려고 회식하는 건 아니니까…ㅎㅎ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있나 생각했다.
상가집에서 건배를 하지 않는 것 처럼..)

회사 근처의 고등학교, 3학년 2학기가 되면, 인근 기업체로 일을
나갈 수가 있다. 대학진학을 하지 않는 학생들은 사회생활을 일찍
할 수 있는 기회이고, 기업체에서도, 인력확보를 위해, 현장에서
일을 가르치고, 향후 본인이 마음에 들어 할 경우, 졸업 후 정식
계약을 통해 채용을 하기도 한다.

이 친구도 그렇게 현장실습으로 들어와 올 초에 졸업을 하고,
회사에 정식으로 입사 후 일을 해오고 있다. 이미 졸업한 같은
학교 선배도 일을 하고 있는데, 회식을 하게 된 건, 이번 주 까지만
일을 하고, 군대에 자원 입대를 하려고 하는, 그의 1년 선배를
위한 자리였다. 그렇게 회식한다고 며칠 전부터 알렸고, 저녁에
시간을 비워 두라고 했는데, 당일 오후, 그는 대뜸 건배를 할 수
없다며, 내게 양해를 구하러 온 것이었다.

쟈니 : 어우…이번주 내내 축구 보느라 맥주를 마셔서 그런지,
오늘은 그냥 탄산음료로 고기 영접 할란다.음료수 마실 사람들 손~~

그렇게 스무 살 사회 초년생과 나는 콜라와 사이다로 삼겹과
오겹을 아름답게 구워 먹으며 회식을 마무리하고,
수제맥주집으로 2차를 가려던 일행들과는 별도로, 집으로 향했다.

쟈니 : 고기 마셨는데, 커피나 뭐 생과일 주스도 하나 먹고 집에 가자.

그렇게 둘이서 과일주스 하나씩 마시면서, 조심스런 대화를 이어갔다.

쟈니 : 그런데, 왜 “짠”은 안 해?

스물 : 종교적인 이유로, 그렇게….

대충 눈치를 채신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는 종교적인 이유로 그렇게
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몇번의 회식이 있었는데, 건배를 하는
척 만했던 모양이다. 담배는 금지고, 술은 적당히 마셔도 되지만,
건배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한 개인의 믿음과 종교에 대한 자유를 그 누가 속박할 수 있을까?
무교인 나는 딱히 그의 종교와 믿음에 간섭할 수도, 간섭할 이유도
없었다. 조용조용한 성격에 순박한 그는, 성실히 일하고 있고,
회사생활도 열심히 하고 있기에 그저 같이 일하는 회사 동료이자
선배로써 그를 바라보면 되는 것이고, 종교적인 이유는 큰 상관이 없다.
그리고 그의 사생활은 그의 것이기에 그의 선택이고 그의 자유다.

쟈니 : 그럼 모태신앙처럼 그 종교를 가지게 된 거야?
아님 그냥 스스로 믿게 된…?

스물 : 모태신앙은 아니고, 부모님께서 어느 날 그 종교를 가지면서
누나와 저도 같이 가지게 되었어요.

쟈니 : 그렇구나…아! 맞다. 군대!! 오늘 네 학교 선배 자원 입대한다고
회식했는데, 넌 그럼 어떻게 하려고? 오늘 뉴스 보니까, 관련해서
기사들이 난 것 같던데…
(이때 까지만 해도 제목만 봤고 자세한 내용은 읽어보지 못한 쟈니,
글쓰기 전에 찾아서 꼼꼼히 읽어 봄)

스물 : 다른 선배들은 처벌을 받는 쪽을 택해서, 저도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쟈니 : 그러면 얼마나 처벌 받는 건데?

스물 : 1년 6개월이라고 들었습니다..

쟈니 : 군대는 20개월인데, 2개월 차인데….음…

원래 성격이 조용 조용해서인지, 그다지 말을 길게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더더욱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듯했다. 회사의 팀장과 나누는 대화라
편하지도 않았겠지만, 행여 직장 생활에 종교적인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을 듯했다.

쟈니 : 그래…뭐 누군가의 믿음이라는 걸, 주위사람이 뜯어 말리거나
강요할 수도 없는 거라서, 나도 뭐라 할 말은 없다. 종교 때문에 만난
사이도 아니고, 너나 나나 돈벌려고 회사 들어왔고, 난 팀장이라,
현장 실습생들 들어오면, 군대 언제 갈 건지도 미리 파악해서,
인원조정이나, 업무배치를 해야 하는게 내 일의 일부분이기도 해서,
물어보는 거야. 그리고 오늘 대뜸 건배는 못한다는 말에 왜
그런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월드컵에, 반기보고 끝나고 회식에, 이번 주는 계속 술이라서,
음료수 마셨는데, 덕분에 음료수 동지라서 다행이고…^^
그런데 신체검사는 받았을 텐데, 양장 나오면, 어떻게 하려고?

스물 : 그냥 안 가고 있다가, 법적 조치하겠다는 연락 오면, 그렇게
따르려 합니다.

쟈니 : 에휴…그래. 뭐, 니가 선택한 것이니까 …. 그쪽으론 나도
잘 몰라서 뭘 도와줄 수도 없고…. 암튼 영장 나오거나 그러면 빨리
알려줘야 한다. 알았지?

집으로 돌아와, 건배 외에 또 안되는 게 뭔지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니,
이런 내용도 있었다.

수혈금지, 기경례금지, 공직활동금지, 정당활동 금지,
고등교육금지, 생일금지, 투표금지…그리고 부부관계까지 제한.

솔직히, “스파게티 교”라는 것도 있다는 걸 안 이후로, 종교관련
해서 놀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종교의 이름은 들어 봤지만, 금지사항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내용을 보고 솔직히 많이 놀랐다.

특정 종교에 대한 비방이나, 편견은 가급적 두려고 하지 않으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최근 제주도에 온 이슬람권 난민들에 대한 여러
기사와 글들을 접하고 있다 보니, 뭔가 오버랩이 되었다.

사회규범이나 질서, 의무와 헌법보다, 종교의 교리. 지구를 초월한
신의 영역이라 믿으며 사회적 갈등을 기꺼이 감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믿음이 있듯이 다른 이의 믿음도 있지만, 자신들의 믿음 외엔
철저하게 무시하는 타인의 믿음. 종교적 분쟁과 국가 대 국가의
전쟁까지 불사하는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지 않아도, 가까운 곳에서
접할 수 있는 문제다.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종교를 믿던, 종교를 위해 자신의 삶을 살던,
개인적인 자유이지만, 어떤 선택은 사회와 국가 그리고 보편적인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이번 판결 요약>

<'대체복무제를 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은 헌법 불합치다.
하지만 대체복무가 없는 현재 상황에서 병역을 거부했던 사람들에 대해
처벌하는 건 합헌이다.' 즉, '지금까지 아무런 대안 없이 무조건 군대
가라라고 했던 건 안 된다. 앞으로는 대안을 만들어라. 다만 오늘(6월28일)
판결이 있기 전까지 병역을 거부했던 사람들에 대해 처벌하는 건 맞다.' >

이 날의 판결로, 이 스무 살 청년은 처벌대신 대체 복무를 할 수도 있다.

한 개인에겐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결
코 쉽지 않은 큰 파장을 불러오는 사안이다. 부디 꼬리가 개 몸통을
흔드는 형국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꼬리가 설마 자기가 몸통이라 착각 하진 않겠지?)

쟈니 : 어쭙잖은 꼰대 이야기라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사회 생활을 이제
시작 했으니까, 너도 네 인생을 잘 만들어 가봤으면 해.
학생일 때야 부모님의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이제는 말 그대로 독립을
해야 하니까. 집을 나와 혼자 살지 않더라도, 월급관리도 직접 해보고,
연애도 해보고, 많은 사람들도 만나고, 넓은 세상 구경 많이 하고…
돈은 30대부터 모아도 괜찮아…20대 땐 스스로에게 투자도 해봐 ^^

그리고 누군가 대신 해준 결정을 따라 가려 하지 말고, 스스로 선택하면서
살아갔으면 해. 그것이 진정한 독립이니까….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 역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지,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회적 저항과 금기사항이 많은
교리로 21세기 대한민국을 살아가면서, 이미 겪었거나, 또는 같은 종교의
사람들에게서 들어서 알고 있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 했기에,
그의 종교와 믿음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저 공식적인
성인이 되었으니, 스스로 결정하고, 폭 넓게 사람도 만나라는 뻔한 이야기만
그들이 말하는 ‘꼰대’처럼 남긴 채, 집으로 돌아갔다.
.
.
.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고, 그는 그의 자리에서,
나는 내 자리에서 각자 일을 하고 있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 이번주는 너무 힘들고 바쁘네요. 회사 업무도 업무고, 개인적인 일도 많고, 새벽까지 축구보며 맥주도 마시고 해서 피곤피곤합니다. 시간 정말 안가는 듯한 한주가 지나 드디어 금요일입니다. ^^ 다들 즐거운 금요일 되셨으면 합니다. ^^



멋진 손글씨 만들어주신 @sunshineyaya7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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