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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쓰는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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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제목만 써놓은 채 수십분 동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마음을 다 잡고 내 이야기를 써본다.


나는 사실 글을 쓰는 게 재미있다.
언제부터였는지 잘 모르지만 일기를 억지로 쓴 기억이 있는 걸로 보아서 초등학생 때는 아닌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글을 쓰는 재미를 알아 간 게 아마도 중고등학교 시절 인듯 하다.

그때 한창 만화책과 해리 포터를 읽으며 독서에 빠져들었고, 그림에는 실력이 없던지라 내 나름대로 소설을 써서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했었다. 내 소설을 재밌게 읽어주던 친구들의 반응과 어서 다음 편을 보여달라는 몇몇 친구들의 열성적인 팬심(?)으로 수업시간 공부는 뒷전으로 미뤄두고 책상에 앉아 노트에 열심히 내 작품을 썼었다. 아마도 이때가 내 글발의 전성기였던 거 같다.

그런데 웃기게도 글 읽는 걸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취미로 하던 문학소년이 고등학교는 이과로, 대학교는 공대인 기계공학과로 진학을 하였다. 잠깐 내 자랑 좀 하자면 모의고사와 수능에서 언어 영역에서 1,2등급을 놓쳐본 적은 없다. 이런 사람이 취업이 잘 된다는 부모님 의견에 따라서 공대로 갔으니 적성에 맞을 일이 있나.. 성인이 됐을 때는 내가 글을 써도 관심을 가져주는 친구는 없었다. 모두 서로의 과제와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의 취향이 아닌 것에 억지로 공감해 줄 시간 따윈 없었다.

어느 정도 방황하다 인터넷 소설 연재를 시작하였다. 인터넷의 익명성 때문일까 아니면 프로 세계의 높은 벽 때문일까? 재밌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식상하다는 반응, 재미없다는 반응 그리고 가장 가슴 아팠던 여기서 하차한다는 댓글... 남에게 미움받기가 죽도록 싫었던 나는 내가 쓴 글을 수없이 섰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모두가 만족할 만한 글을 쓰기 위해 계속해서 수정을 했다. 뭐 이렇게 노력한다고 해서 떠나간 독자가 다시 돌아오지는 않았다. 모두를 만족 시키기 위해 썼던 글은 처음의 정체성을 잃어버렸고 그나마 재밌다고 읽어주던 독자들도 떠나갔다. 그렇게 "이번 소설은 망했어!"를 외치며 내 소설을 비공개로 돌리고 내 작품을 삭제 버튼을 눌러 없애버렸다. 다시 쓴 새로운 소설도 위와 같은 상황이 반복하였다. 이때부터 글을 쓰는게 재미가 아닌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글쓰는걸 포기하고 눈팅만하며 살아가고 있을때 스팀을 발견했다. 내가 느낀 스팀은 신세계였다. 내가 쓴 글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때문에? 아니다. 여기는 악플 따위가 없었다. 모두 응원과 칭찬의 댓글만 존재했다. 남에게 미움받기를 죽도록 싫어하고 인정받기를 갈구 하던 나에게는 정말로 신세계였다. 바로 가입 신청을 하고 가입을 되기만을 기다렸다.

기다리던 가입이 완료되고 소설 연재를 해보고 싶었지만 문피아와 조아라에서 겪었던 감정이 남았을까 실천으로 옮기진 못하였다. 그렇게 첫 글은 소설 연재에 관한 글을 썼었다. 뉴비의 행운이었을까? 첫 글부터 10$ 가 넘는 보상이 찍혔고 이에 고양된 나는 처음 스팀에 가입한 목적을 잃어버리고 더 많은 보상을 얻기 위해 글을 썼다. 스팀을 잘 몰랐던 때였고 그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반응이 좋은 글을 퍼다가 와서 글을 썼다. 이런 글이 잘 될 일은 결코! 절대! 없었다.

그렇게 내가 스팀을 가입한 목적과 스팀의 본질 따위는 생각하지 않은 채 이벤트 태그를 발견하였다. 보팅과 댓글만으로 이벤트에 참여가 되었고, 경쟁률도 쌔지 않아서인지 치킨도 여러 마리 얻어먹었다. 이벤트 글에 찍힌 보상도 이벤트로 사용한 돈보다도 높은 보상을 받는 걸보고 나도 꿀(?) 좀 빨아보고자 라자토라는 이벤트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벤트 글을 쓰기 시작하자 예상대로 예전 글보다 많은 보상이 찍히고 너무 좋았다. 글의 소재를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간단한 수정으로 몇 분 투자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어서 정말 편했다. 중간에 한번 저격 글(?)을 쓰긴 했지만 두 달간 소통 따위는 잊어버리고 쇼통을 하면서 이벤트 글만 주야장천 올렸다. 셀봇을 하고 여러 가지 보팅 지원을 받으며 두 달간 꿀을 빨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매일 욕하는 중소기업들과 똑같은 짓을 한 것 같다. 정부 지원을 받고 노동력을 착취하며 좀비처럼 버텨나가는 기업처럼 나 또한 보팅 지원을 받고 이벤트성 글로 좀비처럼 스팀에서 살아나갔다. 지금 #kr-event 태그에 도배되는 의미 없는 이벤트 글을 보면서 내가 그 시작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내 편함을 위해 스팀 생태계를 더럽힌 거 같아 이 글을 쓰며 반성을 한다.

장황한 서론은 그만두고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나는 정말 글 쓰는게 무섭다. 이 글을 쓰고도 몇몇분들로부터 비난을 받을까 두렵고, 보팅도 찍히지 않을 무관심도 두렵다. 하지만 용기를 내서 앞으로 이벤트성 글은 그만두고 내이야기를 계속 써볼려고한다. 두렵다고 피한다면 발전 할 수 없다. 내 발전과 스팀의 발전을 위해서 용기를 내본다. 나 말고도 스팀에서 포스팅포비아들이 여러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성공을 경험해보지도 못한 자의 꼰대같은 조언이지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무엇이라도 쓰기를 간절히 바란다.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몸을 쓰면 단단해지는 것처럼 글도 계속해서 쓰면 필력이 늘어나게 되어있다. 이미 잘 나가는 사람들과 비교는 그만두고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나와 비교해보자. 하루하루 성장된 삶을 살기를 바라며 700자 안되는 글을 쓰기위해 6시간을 고생한 나를 위해서 이만 마침표를 찍는다.


추신 - 배움을 내려주신 @outis410 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