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국어 탐구] 국립 국어원 '나도 한마디' 게시판 - ‘사잇소리 ㅅ 폐지 요청’에 답하다.

스팀잇 대문.jpg

  • 이 글은 제가 직접 쓴 글입니다. 무단으로 내용을 가져가시거나 수정하여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hangeul입니다. 드디어 저의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오늘은 국어 관련 포스팅을 하려고 합니다.

그 동안 국어 관련 글을 쓰려고 해도 쓸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분들 모두가 국어를 사용하는 모국어 화자이기 때문에 특별히 국어와 관련된 글감을 떠올리기가 어렵더군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렇게, 국어와 관련된 글을 쓰고 싶은데, 주제는 떠오르지 않아서 글감을 찾고자 국립 국어원 사이트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나도 한마디’라는 ‘국어와 관련된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토론하는 게시판’에 들어갔다가 아래와 같은 글을 보게 되어 답을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잇소리 폐지요청.png

제목 : 사잇소리 ㅅ 폐지 희망합니다.

내용 : 글 읽을때 가독성도 떨어지 외국인 한글배울때 어려워 국어 세계화에 방해만 되는걸 굳이 왜왜왜 사용합니까? 읽을때 아~ ㅅ음이 들어가는구나 하는 정도면 되지 않나요? 국어 학자님들 국어문법지식 뽐내려 만드시는 건지.. 사람들 불편하게 왜 그러실까요?

https://www.korean.go.kr/front/board/boardReplyView.do;front=712CEC76B3ADCD5014215BFD6C26415C?board_id=15&mn_id=64&pageIndex=1&b_seq=21080&b_parent_seq=21080&b_level=0

이 글의 주장은 ‘사잇소리 ㅅ 폐지’이고 그 근거는 크게 5가지입니다.

1 글을 읽을 때 가독성이 떨어진다. (‘글을 읽을 때 불편함을 준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2 외국인이 한글(한국어)을 배울 때 어려워하므로 국어 세계화에 방해만 된다.
3 ‘읽을 때 아~ ㅅ음이 들어 가는구나’ 정도면 되지 않느냐?
4 국어 학자님들이 국어문법지식을 뽐내려 만드신 것 아니냐?
5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준다.

저는 이러한 주장과 근거에 대해 비판과 함께 올바른 이해를 구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자 합니다.

그 전에 우선 ‘사잇소리 ㅅ’이라는 말부터 바로 잡고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말에서 ‘사잇소리 현상’‘사이시옷(ㅅ) 표기법’은 있지만 ‘사잇소리 ㅅ’은 없는 개념입니다. ‘사잇소리 현상을 나타내는 사이시옷 표기법을 폐지해 주세요.’라고 해야 정확할 것입니다.

‘그게 그거고, 대충 뭘 말하는지 알아들었으면 되지 않느냐, 뭘 그렇게 따지냐?’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떤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을 폐지하고자 요청할 때는 그 대상이 정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폐지를 요청하는 문제에 대해 글쓴이가 얼마나 고민하고 연구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글쓴이는 ‘사잇소리 현상과 사이시옷 표기법’에 대한 이해 없이 글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사이시옷(ㅅ) 표기 폐지 주장’을 비판하고 올바른 이해를 위한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잇소리 ㅅ 폐지 요청(→사잇소리 현상을 나타내는 사이시옷 표기법 폐지 요청)
1 글을 읽을 때 가독성이 떨어진다. (‘글을 읽을 때 불편함을 준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2 외국인이 한글을 배울 때 어려워하므로 국어 세계화에 방해만 된다.
3 ‘읽을 때 아~ ㅅ음이 들어 가는구나’ 정도면 되지 않느냐?
4 국어 학자님들이 국어문법지식을 뽐내려 만드신 것 아니냐?
5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준다.

2 주장에 대한 비판 및 올바른 이해
2-1 글을 읽을 때 가독성이 떨어진다(글을 읽을 때 불편함을 준다)
사이시옷의 표기가 글을 읽을 때 불편함을 준다는 것은 잘못된 의견입니다. 왜냐하면 사잇소리 현상과 사이시옷 표기에 따라 의미의 분화(ㅅ의 유무로 의미가 달라짐)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사이시옷 표기를 폐지할 경우 생기는 문제점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예문>
고깃배(漁船)/고기배(魚腹) → ‘고기배’로만 표기
가-1 오늘은 고깃배가 만선이구나. → *오늘은 고기배가 만선이구나.
가-2 고기배를 갈라라. → 고기배를 갈라라.

예문 ‘가-1’과 같이 사이시옷 표기를 하지 않을 경우 그 의미가 달라지고 비문이 되어버립니다. 따라서 사이시옷 표기는 글을 읽을 때 불편함을 주기보다는 명확한 의미 이해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2 외국인이 한글(한국어)을 배울 때 어려워하므로 국어 세계화에 방해만 된다

사잇소리 현상과 사이시옷 표기가 어려워 국어 세계화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은 다음의 주장과 동급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이 [r]발음과 [l]발음을 구분하는 것을 어려워하므로, 이것은 영어의 세계화에 방해가 된다. 그러므로 [r]이든 [l]이든 둘 중 하나로 통일하자’

제가 위와 같은 주장을 영국인에게 한다면 그 영국인이 저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할까요? 한국 사람이 국어를 사용함에 있어 불편하다면 그것을 고치는 것이 맞겠지만,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때 불편해하므로 ‘사잇소리 현상을 표기하는 사이시옷’을 없애자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주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어려운 내용인 것은 사실이나, 사잇소리 현상과 사이시옷 표기는 국어의 실제 발음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되는 개념입니다.

국어의 세계화는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를 통해 점진적으로 알려나가고 이루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며 사잇소리 현상을 표기하는 사이시옷을 없앤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2-3 ‘읽을 때 아~ ㅅ음이 들어가는구나’ 정도면 되지 않느냐?

‘깻잎’을 예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사이시옷(ㅅ)을 표기하지 않는다면 ‘깨잎’으로 적어야 할 것이고 그 발음은 [깨입]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의 현실 발음은 어떻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깬닙]으로 발음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사이시옷을 표기하지 않으면 ‘표기’와 ‘현실 발음’의 괴리가 생기게 됩니다. 즉, ‘깨잎’으로 적고 [깬닙]으로 발음하는 혼란이 일어나며 이러한 괴리가 일어남에도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사잇소리 현상을 사이시옷으로 표기하는 것은 단순히 ‘읽을 때 아~ ㅅ음이 들어가는구나’ 정도로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2-4 국어 학자님들이 국어문법지식을 뽐내려 만드신 것 아니냐?

국어학자들이 국어문법지식을 뽐내려 사잇소리 현상과 사이시옷 표기와 관련된 이론을 만들었다고 오해를 하고 있습니다. 순서가 바뀐 것이 아닌가 싶군요.

‘사잇소리 현상, 사이시옷 표기법 개발 → 사잇소리 현상, 사이시옷 표기’가 아니라 ‘사잇소리 현상, 사이시옷 표기 →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체계화하기 위한 이론 개발’이 순서에 맞습니다.

또한 국어학자들은 언중(언어를 사용하는 대중)들이 현실에서 사용하는 언어생활을 분석하고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이론을 만들고 체계화 할 뿐 현실에 없는 독특한 방식의 새로운 문법 이론을 만들고 그것을 보급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리고 사이시옷의 경우 조선 시대에도 관형격 조사의 형태로 사용되어 존재했으므로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2-5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준다

이 부분은 유일하게 일정 부분 공감합니다. 사잇소리 현상과 관련된 표준 발음은 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언어적 직관이나 경험, 지식을 통해 바르게 발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이시옷 표기에 있어서 사람들이 헷갈려하고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은 학교에서의 국어 문법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국어 교사조차도 사잇소리 현상과 사이시옷 표기를 제대로 설명하고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없을 것입니다. 또한 사잇소리 현상과 사이시옷 표기법이 규칙적이지 않다는 점도 다른 원인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의 국어 교육에서는 국어 문법 관련 교육이 강화되고 있고, 국어 문법에 대한 지식과 교수 능력을 갖춘 교사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점점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학생들에게 문법을 잘 가르쳐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이상으로 ‘사잇소리 현상을 나타내는 사이시옷 표기법 폐지 요청’이라는 글에 대한 저의 비판과 바른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내용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관련 문법 이론들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 언어생활에 있어 불편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을 폐지하는 것은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큰 일이며 더욱 많은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폐지보다는 문법 교육에 힘을 쏟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오랜만에 저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글을 쓸 수 있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긴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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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ta1님의 작품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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