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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와칸다에 다녀왔습니다.

이틀 연속으로 거의 날밤을 세우다시피하고 정신+육체노동(통역)을 마치고 온 어제 늦은 저녁 시간, 아이들이 남겨 놓은 KFC 치킨 한 조각과 맥주 두캔으로 힘을 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종일 눈에서 레이저를 쏘는 동시에 눈물이 흘러서 정말 힘이 들었거든요. 거울을 보니 한 5년은 더 늙어버린것 같았어요. 둘째 아이가 힘내라고 라면을 끓여줘서 후다닥 흡입을 하니 좀 살것 같더군요.

유니콘피쉬님이 남들 다 아는 와칸다를 모른다고 한소리하셔서 공부도 할겸 블랙팬서를 틀었습니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와칸다가 나오더군요. 다섯개의 부족, 바스트여신(!!), 왕자, 아랫입술 잡아당기기,... 영혼탈출, 의식불명... 정신을 차려보니 영화는 끝났고, 얼굴은 띵띵 붓고, 소화가 안되 명치는 아프고, 결국 저는 와칸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유피님.

시간을 확인하니 한국 시각으로 12시가 넘었더군요. OMG!! 바로 어젯밤 일이었습니다.

사실 그제 소설을 올리고 정말 후회를 많이 했어요. 이게 무슨 소설이야! 극적인 요소가 홀라당 빠진 허접함에 최대의 흑역사로 남겠구나 싶었어요. 부끄러웠어요. 내용은 없고, 껍데기만 남은 데다 벌거벗은 것 같은 글이었죠. 전 평소 심리묘사를 잘 다룬 책을 좋아하는데 일말의 흉내내기조차 포함되지 않아 속상하기까지 했어요. 다 욕심이 자초한것이죠. 게으름일수도 있고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심폐소생을 실시하여 내년도 문학상 공모에 델꼬 나가기로요. 사실 낭만에 미친 신경외과의라는 주제는 글이란 걸 전혀 써본적이 없던 5년전부터 생각해 오던 것이었어요. 이렇게 흑역사로 남기기엔 품어온 시간이 아깝잖아요. 그제밤에 결심한 겁니다. 2편 올리지 못해 죄송해요. 마무리가 이렇게 깔끔하지 않은 사람은 아닌데, 저도 넘 슬퍼요!

아쉬운대로 간단히 이후 전개될 줄거리 소개를 해볼까 해요. 혹시 만에하나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진짜 궁금하신게 맞는지 모르겠지만요.

그의 수술법은 대성공을 불러 전세계의 부호들에게 인기있는 수술이 되고 돈과 명예를 쥐게 되었습니다. 그의 집착은 날로 커져 무섭도록 집요하게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죠. 어려서 부모를 한날한시 교통사고로 잃고 사이가 너무 좋으시던 부모님을 회상하며 사랑과 낭만에 관한 집착을 하게 된 그는 결국 신디와 사랑에 빠집니다. 신디의 꼬임에 그는 직접 실험을 하기로 하고 나를 스위스로 불렀습니다. 실험대상이었죠. 스위스에서 다시 만난 그를 보며 이미 예전의 그가 아니란 걸 알았지만 차마 그를 떠날수 없어서 곁을 지켜주기로 했습니다. 병적 집착증을 보이던 그는 결국 스스로 수술대에 올랐고 신디와의 새로운 수술법을 시행했죠. 그는 세상에서 가장 낭만적인 사람이 되었지만 정착 그가 사랑하던 이의 존재조차 기억할수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를 떠날수 있었습니다. 그를 너무 사랑하지만, 그를 더이상 감당할수 없으니까요.

낭만이라는것이 이렇듯, 아주 가까이 있어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혹은 감당할수 없거나 하는 상황이 될수도 있고요, 누군가는 잊고 지내는 거나, 꿈꾸지 않거나 불필요하다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는 것도 같습니다. 꿈꾸던 인간의 집착이 빚어낸 아이러니와 의사로서 도덕심을 포기한 그의 변화를 묘사해보고 싶습니다. 저의 글쓰기 능력은 물론 턱없이 부족하다는 거 알고 있지만 말입니다.

아참! 실화 아니냐는 분들 계신데 이 이야기는 실제상황이 0.1%도 들어가지 않은 100% 픽션입니다. 제가 미쿡 의학드라마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드라마로 배운 의사들의 세계입니다. 다시 태어나면 의사가 되고 싶긴 해요. 아니 그보다 천재가 되고 싶어요. 혹 천재가 아니라면 천재 친구나 천재 연인이라도 바래봅니다.

저는 천재 이야기를 참 좋아하는데요, 실제로 천재를 만난적은 없고 주로 뉴스, 소설, 드라마, 영화를 통해 아는게 전부죠. 제가 만나본 사람중에 똑똑하다라고 느낀 한 사람이 생각나네요.

여자가 없음 잠을 잘 이루지 못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카사노바 시절을 보내고 있던 당시 21살이었던 그를 만난건 군포의 한 카세트 공장이었어요. 뭔가 70년대 분위기? 그는 병역특례업체에 근무중이었고, 저는 그곳에 위장취업(?)한 대학생이었어요. 80년대 분위기네요!

저는 1공장에, 그는 2공장에 근무를 하고 있어서 잘 모르고 지내다가 악덕경영자의 고의적인 부도로 공장이 망하면서 노동자들이 모두 한공장에 모여 시위 비슷한걸 했을때 알게 되었죠. 얼굴도 잘 생긴 그 아이는 입을 열어 말할 때마다 주옥같은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말에도 향기가 있다라는걸 처음 느꼈죠. 여자들을 꼬시는 데에만 쓰이기엔 너무나 아까웠습니다. 그의 말의 대부분은 책의 인용구였습니다.

"더러움은 눈으로 보거나 냄새로 맡을수 있는게 아니다라고 00책에 써있어요. 당신이 나를 카사노바, 바람둥이라고 말하는 것에 과연 당신이 실제 그 더러움의 실체를 보았다고 할수 있나요? 더러움은 당신의 마음에 있는 것이지, 당신이 더럽다고 한다고 내가 더러운 것은 아닙니다." 맨처음 만났을때 제가 "소문난 바람둥이라면서요?"라고 물은 것에 대한 그의 답변이었어요. 그 뒤로 전 그와 대화를 나누는 걸 무척 좋아하게 되었죠. 그가 자주 사용하던 '당신'이라는 표현도 좋아했어요.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통째로 외우다시피한 책이 족히 수백권이 넘는다는 것을요.

그의 매력에 퐁당한 여자들에게 공감을 하면서도, 그가 얼마나 여자를 밝히는지,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목을 메는지 저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단순한 말빨로 받아들이거나 지성으로 받아들이거나 그건 그녀들의 선택이니까요. 전 당시 세상 남자들을 몽땅 싸잡아 '형'으로 보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가 매력적이었지만 유혹적이진 않았어요.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그의 치명적인 매력으로부터 도망치듯이 서울로,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그에게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하네요. 그가 저를 위해 노래를 하나 만들었다고 하던데 못 들은게 지금까지도 아쉽습니다. 목소리도 좋고 노래도 참 잘하던 아이였는데요, 친구가 제 대신 듣고 울어줬다 하니 그걸로 그가 위안을 받았기를 바래봅니다.

그냥 그렇다고요, 그립다거나 그런 것보다는 그냥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겁니다. 쓰고보니 이것도 글감으로 활용해볼 만하다 싶네요. 그리고 이 이야기 배경은 80년대는 아닙니다. 저 그렇게 오래 된 사람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