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종북주의자와의 끝장 토론기 (3) - 왜 당신의 관점을 존중하지 않는가, 악의 평범성과 관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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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관점이라는 게 있는데 왜 그렇게 단정적으로 틀렸다고 말하느냐며 반문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맞습니다. 누구에게나 자기 생각이라는 게 있죠. 게다가 B님이 국가의 외교 정책을 펼치는 자리에 앉아 계시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님의 글에 제가 이토록 큰 반감을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짜증스러움입니다. 저는 매일 이 공간에 들어옵니다. B님은 매일 같이 글을 쓰실 뿐 아니라, 그 글은 채권에 있어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L님이 쓰시는 글과 전문가 칼럼에 함께 올라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이 회원 게시판에, 그것도 전문가 칼럼에, 누군가 신천지에 대한 글을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만희가 재림 예수라고 주장합니다(김정은이 미국의 폭거에 항전하는 영웅이라고 주장합니다). 반하는 증거를 대니, 천지일보를 빼고는 전부 왜곡이라고 합니다(북한에 반하는 모든 증거는 미국이 통제하는 가짜 자료랍니다). 매번 문 앞에 사이비 종교의 전단지가 놓여 있으면 놓고 가는 사람은 선의로 했을지 모릅니다만, 반복해서 보는 사람은 결코 유쾌할 리 없습니다. 그런 부류의 불쾌함은 옆집 아저씨는 그 전단지를 매번 재밌게 본다고 해서 사라지는 부류의 것이 아닙니다. 인품이 훌륭하시거나 세상에 대한 이해가 좀 더 넓으신 분이라면 ‘그래 뭐 틀렸지만 재밌게 읽는 사람도 있는데 어때.’라고 말하며 웃어넘기실 수 있겠죠. 그게 저보다 똑똑한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많은 분들이 B님의 글에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으신 이유일 것입니다.하지만 저는 아직 인간적으로 미숙한 사람이기 때문에, 매번 제 의사와 무관하게 들어오는 이 신천지 전단지(안 보고 버리고 싶은데 사람 심리가 보게 되어 있습니다)를 보고 그 전단지를 넣는 아저씨가 한참 연장자건 뭐건 간에 견디지 못하고 기어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아직 사람이 부족해 소리를 질러 죄송합니다.

이 같은 인격적 미숙함 이외에 굳이 몇 가지 변명을 적는다면, B님의 생각은 이 공간의 발전에도 좋지 않습니다.

일단 A님이 쓰시는 글은 자세히 읽지 않으면 음모론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근데 현재 이 공간에는 A님의 글과 B님의 글이 섞여서 올라오며 조회수도 비슷합니다. 처음 이 공간을 들어온 사람은 어떤 기분이 들까요? 아마 음모론 소굴이라는 생각 밖에 안 할 겁니다.

이 동호회가 미래에 어떤 공간이 될 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에도 자주 나오지 않는 제가, 이 동호회의 미래를 위해 B님의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면 사실 그건 가당찮은 선동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회원 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으로서, 이 동호회에 한 가지 조언 정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B님의 글이 전문가 칼럼에 계속 올라온다면 이 동호회에는 젊은 사람들이 유입되지 않을 겁니다. 부흥을 거듭하던 한국 기독교가 어느 시점부터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이 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적며 합리적인 것을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은 B님이 쓰시는 부류의 글을 읽는 것을 결코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B님을 개인적으로 뵌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좋은 분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쓰는 글이 꼭 좋은 글은 아닙니다. 예전 한나 아렌트가 유대인들을 악독하게 학살한 나치 전범 아이히만이 체포되었을 때, 그를 가까이서 관찰하고 쓴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보면, 아이히만은 실제로는 매우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비롯된 단어가 바로 ‘악의 평범성’입니다. 우리가 역사를 통해 당연히 악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실은 대단히 평범했으나 주변 환경에 합리적으로 비판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대한 악의 흐름에 쓸려져 나가게 된 것입니다.

술자리에서 만난 B님이 좋은 사람이니까, B님이 쓴 글이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도 적당히 인정하고 편을 들어주는 것은 감정적으로는 이해할 수는 있는 행동입니다만 이러한 인간적인 양해는 매우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시골 동네 어르신들, 식사 한 끼 주문하면 밥을 꾹꾹 담아주시는 그런 분들이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그 놈들 다 빨갱이니 군대로 밀어버려야 돼!”라고 소리 지르시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예전 2차 세계 대전 발발 전 독일도 그랬습니다. 평소에는 사람 좋은 푸근한 빵집 주인 아저씨가, 유대인 이야기만 나오면 길길이 화를 내며 다 죽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평상시라면 이런 발언은 크게 위험하지 않습니다만, A님의 말처럼 추후 우리 생에 다시는 풍요를 맞볼 수 없을 만큼의 거대한 경제 위기나 또는 전쟁이 찾아온다면, B님 글에 등장하는, “이게 다 미국 때문이다!” “북한 말이 다 맞다!”와 같은 선동적인 문구는, 평소 이를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없다면 의외의 파급력을 지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예전 제가 쓴 영화 미스트의 리뷰를 기억하시는지요? 성난 군중들은, 의사 결정권자도 아니고 누군가의 착한 아들들인 이등병 두 명을 군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잔혹하게 살해합니다. 저는 B님의 글이 미국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에서 린치를 당하는 등의 사건에 이념적 근거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민족에 대한 관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모순적이게도, 북한이 핵을 가졌으니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분들이, 엉뚱하게 중국한테 만주를 찾자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하시네요. 뭐라고요? 핵무기 10개 개발한 나라가 무서워서 평화를 맺자면서 핵무기가 수백 개이고 북한보다 핵실험을 50년 먼저 한 나라한테 만주를 되찾자........

아마도 북한은 ‘같은 민족’이고 중국은 다른 민족이라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 왜 A님이 쓰시는 글마다, ‘민족은 허구다’라고 적으시는지 한 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괜히 그런다고 생각하십니까? 순수한 ‘한민족’ 따위는 근대 이후에나 등장한 개념입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같은 언어를 썼는지도 불분명할뿐더러, 유전적으로도 한국인은 잡탕입니다. 하플로그룹 상 동아시아는 비교적 국가 별 차이를 보이고 있긴 하나, 이 역시도 경상도 사람들은 일본인과, 평안도 사람들은 중국인과 그 염색체가 배열이 상당 부분 유사합니다.

게다가 민족이라는 개념이 실재한다고 쳐도, 잘 쳐줘봤자 다민족국가였던 발해 때나 실효 지배했던 만주를 되찾는 게, 멀쩡한 아랍 사람들 쫓아내고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을 건국한 유대인들의 이기주의와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적어도 회원 개개인 분들의 지적 수준이 훌륭한 이 공간이라면, 이 같은 생각은 지양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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